세계 경제 불황기에 난데없는 정보기술(IT)기기 가격 인상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연방법원 배심원들이 예상을 깨고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소송에서 일방적으로 애플의 손을 들어주자 미국 내에서도 스마트폰ㆍ태블릿PC의 가격 상승, 소비자들의 선택권 제한 등의 후유증이 야기될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 온라인판에서 앞으로 애플의 디자인과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모바일기기 제조업체들이 '애플세'를 물게 되고 이는 소비자들이 결국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장조사기관 IDC의 알 힐와 애널리스트는 "대규모 애플세가 생길 수 있다"며 "휴대폰 가격이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평결이 애플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임에 따라 경쟁 제조업체들이 특허에 따른 라이선스료를 지불해야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많은 경쟁업체들이 차용하고 있는 애플의 특허는 화면의 아이콘 배열, 터치스크린에서 손가락 움직임 감지, 화면을 두드려서 문서를 확대하는 기능 등이다.
너무 쉽게 특허를 허용하는 미국 특허시스템의 난맥상을 지적하는 분석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소송에 대해 특허시스템이 얼마나 역기능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명백한 사례라고 꼬집었다. 기업들이 특허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특허사무소를 찾는 대신 법원으로 달려가고 있다며 결국 소비자들이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스마트폰의 기술ㆍ디자인적 요소에 적용되는 특허만 25만건으로 이 모든 것들이 소송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 NYT는 최근 시카고에서 벌어진 애플과 모토로라의 소송에서 판사가 양쪽의 주장을 모두 기각하면서 스마트폰 산업에서 특허시스템이 '혼란(chaos)'에 빠졌다고 지적한 점을 거론했다. 또 이번 소송에서 애플의 디자인 특허 주장이 대거 받아들여짐으로써 앞으로 관련 소송이 봇물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애플은 미국 법원에서 거둔 특허소송 승리를 기반으로 반(反)애플 진영인 안드로이드 진영에 대한 공세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외신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배심원 평결을 기반으로 삼성전자 제품에 대한 영구 판매금지를 신청했으며 다음달 20일 첫 심리가 시작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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