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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병원 신임 경총회장 심야 인터뷰

"정년연장·근로시간 단축

가려는 방향성은 맞지만 알 낳는 거위 잡으면 안돼"

기업·경제에 부담주면 곤란

"세금 1% 더 거둬서라도 젊은층 취직시켜야

일자리 창출 막는 단체와 무조건 싸우겠다"


박병원(사진) 신임 한국경영자총연합회장은 "근로시간은 줄이는 게 맞고 정년도 연장하는 것이 우리가 갈 방향"이라면서도 "성급하게 알을 낳는 거위를 잡으면 안 된다"며 신중론을 폈다.

방향성은 맞지만 기업과 경제에 지나친 부담을 주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며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뜻이다.

박 회장은 또 "젊은 층을 위한 새 일자리를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되는 단체나 사람들과는 무조건 싸우겠다"며 "취직한 사람들의 세금을 더 거둬서라도 젊은이들을 취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경총 회장 공식 취임 이후인 지난 26일 밤 서울시내 모처에서 서울경제신문과 1시간 넘게 가진 심야 인터뷰에서 젊은이들의 일자리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고민을 가감 없이 밝혔다.

우선 박 회장은 현안으로 떠오른 정년연장 문제와 관련해 임금피크제가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년연장의 경우 젊은이의 일자리를 갉아먹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임금피크제 등을 통해 부담을 줄여야 한다"며 "임금피크제는 경영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젊은 층 고용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라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서는 "어느 한 해에 회사가 돈을 많이 벌었다고 월급을 왕창 올릴 수 없는 것처럼 지속 가능한 범위 안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그러면서 대부분의 인터뷰 시간에 젊은 층 일자리를 걱정하며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문제도 젊은 층 일자리 확대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소득 증가만큼 근로자들의 급여가 오르지 않는 것도 일자리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일손이 부족해지면 월급은 저절로 올라간다"며 "뭐든지 귀해야 값이 나가는 게 상식 아니냐"고 되물었다.

노사정 관계에 대해서는 "모두가 사람(노동)의 가치를 높이는 게 최종 목표"라며 "미시적으로는 개개인의 역량을 더 높이기도 해야 하지만 서로가 사람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일만 열심히 하면 되지 다투고 적대시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우회적으로 말했다. ☞6면으로 계속

비상근이지만,기업들의 입장에서 노조와 대립각을 세워야 하는 박병원 신임 경영자총연합회 회장의 발언 곳곳에는 거시 경제 전반의 흐름과 노사 문제를 조화롭게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가득했다.

회색 빵모자에 검은색 잠바 차림으로 서울경제신문 기자들과 만난 박 회장은 처음에는 소소한 일상에 대해 얘기를 풀어갔다. 박 회장은 그림과 꽃, 와인에 조예가 깊고 평소 옷차림도 '멋쟁이' 신사다.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 출신인 그는 영어ㆍ일어ㆍ독어ㆍ이태리어ㆍ그리스어 등 9개 국어를 구사한다. 소위 잘 났다는 경제관료들도 '천재'라고 불렀던 인물이다.

그는 "영국에서 오랜만에 딸이 돌아와 집에 빨리 가야 한다. 시간이 너무 늦었다"면서도 젊은 층 일자리 창출을 얘기할 때는 눈이 번뜩였다. 목소리에 힘도 세게 들어갔다.

다른 얘기를 하다가도 이내 다시 청년 일자리 얘기로 돌아왔다.



박 회장은 "우리는 1960년대 이후 항상 7~10% 성장해 고용 때문에 걱정을 해본 적이 없고 항상 일자리가 넘쳐났다"며 "우리가 지금처럼 청년고용이 심각한 적이 없었고 경제에 치명적인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세금 1%론'을 꺼냈다.

젊은 실업자가 늘어나면 경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계층 갈등에 따른 대가가 커진다는 말이다.

"젊은이들이 취직 못하고 몇 해가 지나면 사람이 황폐화돼요. 만족스럽지 못해도 직장을 갖고 돈을 벌어야 그 사회가 정상적으로 굴러가지.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세금을 1%라도 더 거둬 뭐라도 해서 젊은 층들을 취직시켜야 해요."

일자리에 관한 한 서로가 더 협조해야 한다고도 했다. "동네에 호텔이 생기면 내 자식이 아니면 누구의 자식이라도 직장을 가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규제에 가로 막혀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대한항공 호텔 건립 등 서비스업 문제를 다시 한번 거론하고 나선 셈이다.

같은 차원에서 기업인들을 누구보다 존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자리를 만들고 직원을 고용해 경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스스로 사업체를 차리고 남에게 월급주는 사람, 돈버는 사람은 무조건 존경해야 한다"며 "무조건 존경해놓고 '좀더 잘 해줄 게 없습니까'하는 식으로 하는 게 맞다"며 반기업 정서의 문제점을 거론했다.

청년층 일자리 창출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는 있을까. 박 회장은 "그동안 누누이 틀어놓은 레코드처럼 반복해 말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실제 평소 박 회장은 일자리를 위해 서비스업 규제 완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지난 2012년 11월 은행연합회장을 하면서 서비스산업총연합회 회장을 맡을 때는 ▦의료관광산업 육성 ▦보육산업규제 완화 ▦학원 운영 자율권 보장 ▦한류붐 확산을 위한 여행업법 제정 등을 제시했다.

박 회장은 서비스업총연합회장을 맡았을 정도로, 이 부분의 규제 완화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이날도 "서비스업이 세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카드"라고 했다.

"금융이나 통신 같은 서비스업 규제가 너무 세요. 은행이 지난 2007년에 11조원의 이익을 냈는데 재작년에는 4조원으로 줄었습니다. 11조원이 증발하면 국가 세입은 2조5,000억원이나 없어져요. 통신도 최근 5년간 이익이 5조원이 사라졌는데 이것만 해도 세금이 1조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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