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원을 받아 근근이 연명하는 '좀비기업'이 건설과 조선업종을 중심으로 늘어나면서 이들 기업의 자산 비중이 전체기업의 16%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좀비기업의 자산비중을 10%포인트만 낮추면 고용이 11만명 증가할 것으로 분석돼 조선·건설업종을 중심으로 한 좀비기업의 구조조정이 시급할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8일 '부실기업 구조조정 지연의 부정적 파급효과' 보고서에서 금융지원을 통해 연명하는 좀비기업의 자산 비중이 전체 기업의 15.6%로 3년 전보다 2.6%포인트 늘었다고 밝혔다.
KDI는 좀비기업을 이자보상비율이 1 미만인 동시에 만기연장 혹은 이자보조 등 금융지원을 받은 기업으로 규정했다. 또 이자보조에 의해 재무제표상 이자보상비율이 1 이상이지만 최저이자비용을 적용할 경우 1 미만으로 하락하는 기업도 좀비기업으로 분류했다.
좀비기업은 금융위기 이후 어려움을 겪게 된 기타운송장비(조선업 등)와 건설업에서 크게 늘었다. 기타운송장비의 좀비기업 비중은 2010년 7.1%에서 26.2%, 건설업은 같은 기간 26.3%에서 41.4%로 급증했다. 금융지원 유형별로는 모든 업종에서 만기연장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좀기기업이 늘어난 원인은 금융권이 잠재 부실기업에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대기보다는 이자 지급이나 대출만기 연장 등에 치중했기 때문으로 보고서는 지적했다.
정대희 KDI 연구위원은 "좀비기업 가운데 이자보조를 받은 기업은 2010년과 비교해 0.9%포인트 정도 감소했지만 만기 연장을 받은 기업 비중은 2.2%포인트 증가했다"며 "조선업과 건설업의 증가가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좀비기업의 증가는 정상기업의 고용과 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시장에서 퇴출돼야 할 기업이 금융지원으로 도리어 자산비중을 늘리면서 정상기업은 고용 및 투자를 늘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좀비자산의 비중 증가는 자본집약적인 산업인 제조업에서는 투자 부문에, 노동집약적인 서비스업은 고용률 증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정 연구위원은 "한 산업의 좀비기업 자산 비중이 10%포인트 높아질 경우 해당 산업에 속한 정상기업의 고용증가율 및 투자율은 평균적으로 각각 0.53%포인트, 0.18%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현재 15.6%인 좀비기업의 자산비중을 10%포인트 하락시키는 것이 정상기업의 고용을 11만명 내외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 부문의 구조조정이 지체되는 경우 우리 경제 전반의 역동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성장성이 한계에 도달한 가운데 수익성이 약화된 조선업·건설업 등에 대한 구조조정을 우선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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