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공매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업실적에 비해 주가가 과도하게 오른 종목들에 공매도가 집중돼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의 대차잔액이 5조7,071억원 늘면서 30조464억원(3일 기준)을 기록했다. 새해 첫 거래일인 2일과 3일에 각각 2조602억원, 3조6,469억원이 증가했다. 대차잔액은 일반적으로 연말 배당수익을 노린 뒤 청산되는 프로그램의 차익거래 매도에 대응해 연초에 급증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물량이 지나치게 늘어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차잔액이 늘면서 공매도도 급증하고 있다. 대차잔액은 투자자들이 증권사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주식 가운데 아직 갚지 않은 주식을 말하며 일반적으로 공매도로 연결된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최근 일주일 동안 전체 거래에서 공매도 비중이 34.1%를 차지했다. 현대미포조선(23.2%), 롯데쇼핑(15.6%), 한국전력(15.3%), 엔씨소프트(10.3%), 호텔신라(9.8%) 등도 전체 거래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날 약세를 나타냈다. 현대상선은 지난달 3.96% 상승했지만 이날 1.1% 하락하는 등 올 들어 4.45% 떨어졌다. 한국전력은 지난달 14.04% 오르며 급등세를 보이더니 이날 1.27% 하락하며 약세로 돌아섰다. 또 현대중공업(-1.55%), 호텔신라(-0.6%) 등도 주가가 하락했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새해 첫날 국내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기업이익의 개선 여부가 불분명한 일부 기업들의 주가도 덩달아 올랐다”며 “이들 기업의 경우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지면서 공매도 비중이 커졌고 이에 따라 주가하락에 대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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