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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보기보다 듣는 TV광고' 눈길

『올해의 미스코리아 진은』사회자가 목에 잔뜩 힘을 실어 외치면서 뜸을 드리는 절정의 순간, 순간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기 위해 북소리를 이용한다. 관객은 한껏 긴장한 채 최후에 호명될 미인을 기다린다. 두드려서 나는 소리는 인간의 감정을 고양시킨다. 우리의 사물놀이를 보자. 징, 쇠, 장구, 북등 모두 두드리는 악기 일색이다. 이들 타악기 소리는 절묘하게 어울리며 사람을 끌어당긴다. 두드리는 소리는 사람의 심장소리와 기본적으로 같은 맥락일까. 이상하게 사람을 두근거리게 한다. TV는 기본적으로 보는 매체다. 광고 역시 이에 맞춰 보는 것 위주로 만들어진다. 듣는 것은 그 다음이다. 그러나 듣는 것이 먼저고 보는 것이 나중인, 말하자면 소리를 위주로 만든 TV광고가 잇따라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P&G의 감자칩 과자인 「프링글즈」광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가 이어진다. 프링글즈 통의 마개가 열리는 소리부터 시작해 온통 두드리는 소리뿐이다. 손가락으로 두드리고, 손으로 두드리고, 통을 부딪혀 두드리고, 자전거바퀴에 두드린다. 여기에 통이 동그르르 도는 소리와 「바사삭」 칩을 씹어먹는 소리가 합쳐진다. 빠른 템포로 「둥둥 두두둥둥 둥둥」의 리듬이 기본으로 깔리며 뒤이어 나오는 「둥둥」 북소리에는 『와삭』 칩을 깨무는 소리와 절묘하게 일치한다. 이를 감상하는 사람들은 굳이 시청자일 필요 없이 청취자면 족하다. 눈을 감고 소리를 듣다보면 가슴이 울렁거리며 몸짓을 하고 싶다. 칩이 깨지는 소리에는 똑같이 한입 씹고 싶다. 새로 만든 2탄 광고 역시 같은 패턴을 선보인다. 프링글즈가 땅에 떨어지는(땅을 두드리는) 소리로 시작해 1편보다 좀더 주술적이고 좀더 진중한 소리가 이어진다. 중간에 잠깐 유지되는 침묵의 시간은 소리가 없음으로 해서 오히려 더욱 죄는 역할을 한다. LG정보통신의 「싸이언」광고에는 애초부터 이를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스텀프(STOMP)그룹이 출연한다. 스텀프는 「발을 세게 구른다」는 뜻으로 『만물은 소리를 낸다. 고로 만물은 악기다』라는 이념을 표방하는 퍼포먼스그룹이다. 이들은 빗자루, 양철쓰레기통, 쓰레기통뚜껑등 주위에 널려있는 모든 사물을 두드려 소리를 낸다. 탁월한 호흡과 타이밍으로 리듬을 만들어내며 청중을 끌어들인다. 듣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소리와 하나가 된다. 이때 모델은 고개를 돌리며 야무지게 한마디를 던진다. 『날 방해할 수 없어』라고. 나를 유혹해도 소리는 오직 소음일뿐 통화에는 지장이 없다는 뜻일까. 원래 TV광고는 화면을 이루는 영상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소리는 항상 영상표현을 강화하고 보완하는 기능을 수행했다. 하지만 최근의 광고는 소리에 의한 차별화를 노리는 경우가 있다. 이때 소리는 주변에서 중심으로 올라오게 되고 영상은 오히려 소리를 보완하게 된다. 요즘 눈을 감고 TV를 감상하는 것도 참 재미있다. 【한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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