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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금융] 기고.. 소매금융 전문은행의 과제
입력1999-11-08 00:00:00
수정
1999.11.08 00:00:00
경쟁에 대비하여 자신의 핵심역량과 부족된 부분에 대한 검토를 바탕으로 저마다의 장기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우연한 결과인지는 몰라도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은 한결같이 소매금융 전문은행으로의 성장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일반적으로 소매금융이란 도매금융의 반대개념으로 가계나 중소기업 등 다
수의 일반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금융기관을 말하며 도매금융은 중견기업이
상의 대기업 및 금융기관들을 상대로 영업하는 기관을 지칭한다. 따라서 도매금융의 경우 거래되는 자금의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금리, 상환방법 등의 조건이 다양하게 적용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첨단 금융기법의 활용도가 높다. 반면 소매금융의 경우 기본적으로 점포망 및 고객기반 등을 중요시하고 있어 국내 시중은행들이 당장은 어느 정도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이들의 장기비전으로 소매금융부문의 전문은행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면 과연 현재 국내 시중은행들이 소매금융 전문은행으로 성장할 수 있
는 조건을 구비하고 있는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국내 시중은행의 자금운용내역을 살펴볼 때 소매금융업의 주요 고객대상인 가계 및 중소기업 여신은 대부분의 경우 그리 크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아울러 이들 부문에 대한 여신관행 및 기법 또한 국제적 수준의 소매금융기관들과 비교할 때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선진국의 소매전문 금융기관들의 경우 보다 과학적이고 전문성
을 보유한 여신시스템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소매금융은 다수의 소액 대출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이들 채권의 효율적 처리를 위한 표준화된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예컨대 가계대출의 경우 담보물건의 현재가치평가부터 미래수입 추정까지, 그리고 중소기업대상 여신의 경우 기업의 도산가능성부터 미래상환능력 추정까지 가능한 모든 첨단 금융기법을 동원하여 표준화·체계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선진 시스템의 구축은 비용측면에서도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단기간내 구축하기 힘든 어려운 숙제이다.
또한 선진국 소매전문 금융기관의 수익구조를 살펴보면 상당부분을 모기지
(주택담보 장기대출)과 크레딧 카드사업에 의존하고 있다. 두 상품 모두 표준화된 대표적인 소매금융상품들로 국내은행들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노하우나 경험을 축적하지 못하고 있는 사업분야이다. 특히 모기지 상품의 경우 장기금융시장 및 2차 유통시장이 발달되지 못한 관계로 제대로 활용되기까지는 상당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최근의 금융환경은 현재 국내 금융기관의 유리한 조건으로 판단되는
점포망 및 고객기반 조차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금융혁신으로 폰 뱅킹 및 PC 뱅킹 등 서비스 전달경로가 다양화됨에 따라 전통적으로 인정받아 오던 점포망의 가치가 급속히 저하되는 한편 타 금융기관으로의 전환비용이 저렴화되고 있어 기존 고객의 충성도도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단지 기존의 점포망과 고객기반만을 가지고 소매
금융 전문은행으로 성장하겠다는 국내 시중은행들의 전망은 밝지만은 않은것 같다. 특히 향후 국내에 진출하는 일부 외국계 금융기관은 막강한 자금력과 선진금융기법을 무기로 소매금융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여 이같은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따라서 소매금융 전문은행을 지향하는 시중은행들은 선진 금융기관의 사례를 신중히 검토하여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는 한편 관련 하부구조의 실질적인 향상을 도모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고 성 수 (한국금융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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