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대우증권(006800) 매각에 시동이 걸렸다. 금융당국은 국내에서 인수자를 찾지 못할 경우 해외 투자가에도 대우증권을 매각할 수 있다며 확고한 매각방침을 밝히고 있으며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실질 매각작업을 위한 자문사를 조만간 선정할 계획이다. 대우증권이 산업은행으로 넘어간 지 15년 만에 새로운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7일 금융위원회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대증권 매각이 완료되고 나면 곧바로 대우증권을 매물로 내놓을 것"이라며 "최근 주가가 상승하면서 국내에서 매수자를 찾기 어려울 경우 유안타증권처럼 해외 인수자까지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도 "준비작업도 필요 없고 이제 시작만 하면 된다"며 "적정 주가와 시장 분위기를 보고 매각 시기를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이르면 7월 이후 산업은행이 매각자문사를 선정할 것으로 보여 하반기 대우증권 매각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유력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는 곳은 KB금융(105560)지주와 하나금융지주(086790)·신한금융지주가 꼽힌다. 산업은행의 대우증권 보유 지분가치가 2조3,000억원에 달한데다가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하면 매각 가격이 3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여 이를 감당할 만한 인수 후보자는 금융지주사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새마을금고와 수협도 인수 경쟁에 나설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들 금융지주사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공공연히 대우증권 인수 의지를 보여온 KB금융은 6월로 인수가 마무리되는 LIG손보의 인수 태스크포스(TF)팀을 대우증권 인수를 위해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하나대투증권도 지난 3월 영등포 사옥을 184억원에 매각하는 등 총 15개 영업용 부동산의 유동화를 꾀하고 있다. 자산유동화로 현금 확보에 주력하는 배경에는 대우증권 인수 의향이 있다는 게 업계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신한금융도 신한금융투자를 자산 규모 50조원의 국내 최대 증권사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국가재산을 매각한다는 부담 때문에 외국계 금융회사나 사모펀드(PFE)보다는 국내 금융지주에 넘기기를 선호하고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올해 초 금융위가 대우증권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힐 때만 해도 대우증권의 주가는 9,000원대에 불과했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43%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도 2조원 안팎에서 매각 가격이 결정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1월 이후 꾸준히 오르기 시작한 대우증권 주가는 최근 1만4,0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연초와 비교하면 55% 이상 오른 셈이다. 3조원에 육박하는 매각대금은 금융지주들이 사들이기에도 무리한 가격대라는 평가다.
하지만 업계는 시각을 달리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수합병(M&A) 시장은 활황일 때 오히려 경쟁이 치열해진다"며 "매각이 가시화되면 적정 주가를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략적투자자(SI)가 탄탄한 금융지주사인 만큼 재무적투자자(FI)로 사모펀드와의 컨소시엄 구성도 가능하다"며 "지주사가 30%, 사모펀드가 13% 정도의 지분을 나눠 가져가면 현재 수준의 가격도 부담이 없다"고 봤다.
한편 대우증권은 올해 1·4분기 1,42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 613억원보다 132% 늘어난 성적이다. 1·4분기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조4,964억원, 1,1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141% 늘어났다. 이처럼 실적 개선세가 뚜렷해짐에 따라 M&A 대상으로서의 매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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