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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APEC] "원유 '아시아 프리미엄' 없애야"

한·중·일 3개국 불필요한 지불 시정 요구<br>"기업, 정부보단 시장에 의존해야" 지적도<br>기업인들 홍콩 DDA협상엔 큰 기대 안해

“한ㆍ중ㆍ일 아시아 3개국이 원유수입에서 부당하게 아시아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있다. 이는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이 열리고 있는 부산 롯데호텔에서는 17일 오후 800명의 기업인들은 당면한 에너지 위기 극복에 아태 지역 국가들이 지속적으로 협력해나가기로 다짐했다. 이에 앞서 오전 세션에서는 저가 항공사의 성공신화를 일궈낸 토니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 사장, 중국에 인터넷 왕국을 구축한 잭 마 알리바바닷컴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업가정신과 무역자유화’ 등에 대한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또 닉 라일리 GM대우 사장, 도널드 존스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 등은 이번 APEC의 이슈인 도하 라운드 등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원유 아시아 프리미엄 없애자=에너지 안보를 주제로 열린 세션에서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은 “세계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한ㆍ중ㆍ일 아시아 3개국은 원유수입에 있어 아시아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있다”며 “이러한 불합리한 프리미엄은 불필요한 지출”이라고 지적했다. 새뮤얼 스나이더 셰브런 국제에너지 탐사ㆍ생산부문 이사는 “전세계 에너지시장은 수급 불균형 현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미국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중국과 인도 등의 경제성장으로 에너지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고유가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측 참가자인 천위푸 중국석유공사 사장은 이에 반발, “고유가가 수요 공급간 불균형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니다”며 “현재의 고유가는 수급뿐만 아니라 투기에 의한 요인도 있다”고 말했다. 천 사장은 이어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아태 지역 국가들이 지속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업가정신과 전략=“정부와 결혼은 하되 사랑은 하지 마라.” 기업인들은 정부와 밀접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되 의존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잭 마 알리바바닷컴 회장은 중국의 관료주의 등과 같은 상황에서 기업과 정부의 역할에 대해 “정부보다는 시장에 의존해야 한다”며 “기업은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찾아 수익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기업가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사무엘 나바레스 루이스 파나마 제1외무장관은 “정부는 기업가정신이 있어야 기업이 성공한다”며 “적절한 경쟁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정부가 제공하고 이런 맥락에서 정부 운영의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인들은 올바른 기업가정신을 배양하기 위해서는 현장에 의한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페르난데스 사장은 “기업가정신은 현장의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사스ㆍ쓰나미ㆍ테러 등의 환경이지만 80달러에는 고객들이 흔쾌히 여행을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광고를 늘리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펼친 것은 현장 경험을 바탕에 둔 기업가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업가정신의 또 다른 요인으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과 뚜렷한 목표에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마 회장은 알리바바닷컴의 목표를 102년 동안의 성장이라고 소개했다. “앞선 세기의 2년을 보냈고 앞으로 1세기를 지속적으로 성장하겠다는 뚜렷한 목표가 기업가정신의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기업가정신을 학교에서 어떻게 가르칠 수 있느냐는 켄 모건 오스트레일리아대학 교수의 질문에 마 회장은 “국가마다 대학 교수들은 창업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MBA 95%가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보잉 747 엔진이 좋지만 트랙터에 장착하면 사고가 나는 것처럼 충분한 교육을 받은 인재를 관료주의 틀에 가두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 ◇홍콩 DDA 협상 큰 기대 안해=기업인들은 다음달 열리는 홍콩 DDA 협상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라일리 GM대우 사장은 “앞으로 우루과이라운드 등과 같은 세계적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어려워지고 자유무역지대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홍콩 각료회의에서 놀랄 만한 결과를 도출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일리 사장은 이어 “현재 한국이 일본 등 여러 국가와 FTA를 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협정체결국 당사자 모두에 이익이 돌아가려면 한국은 외국계 자동차 진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존스턴 사무총장은 스파게티 볼로 불릴 정도로 복잡한 양자간 FTA에 대해 경고했다. “FTA와 자유무역지대 확산은 혼란의 씨앗을 심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너무 복잡하게 얽혀나가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존스턴 사무총장은 “양자간 FTA는 세계화가 필요한 국가가 오히려 자유무역지대에서 소외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무역자유화에 승자인가 패자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 ESI 대표는 “승자인 동시에 패자”라며 “미국의 소비자들은 세계화의 혜택을 받았지만 동시에 제조업체가 미국을 떠났다. 미국은 소비에서 성공하고 생산에서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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