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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위기의 재부각 가능성이 높아지자 지난해 말 대규모 순매수 행진을 벌었던 연기금과 우정사업본부의 매수세가 주춤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두 주요 투자주체가 유럽 위기의 가닥이 잡히는 1ㆍ4분기 이후까지는 신중한 움직임을 유지할 내다보고 있다
9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90%(16.65포인트) 하락한 1,826.49에 장을 마쳤다. 지난 주말 미국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지만 유럽 재정위기와 이란의 핵개발을 둘러싼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부각되며 나흘 연속 약세를 이어갔다.
이날 지수를 끌어내린 것은 기타계(국가)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우정사업본부였다. 실제로 이날 우정사업본부 등은 3,357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최근 이틀 간 5,000억원 이상의 매물을 쏟아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기타계로 집계되는 우정사업본부의 물량은 대부분 프로그램 매매와 연계된 것으로 이날 쏟아낸 물량 대부분이 차익거래 매도 물량”이라며 “현물과 선물의 가격차인 베이시스 움직임에 따른 단기매매 행태로 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이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연기금도 마찬가지. 연기금은 지난해말 32거래일 연속 순매수행진을 펼치며 2조5,000억원 어치나 사들였지만 올 들어서는 132억원 순매도로 방향을 바꿨다.
전문가들은 이달에 시장 변동성에 영향을 미치는 대형 이벤트들이 몰려 있기 때문에 연기금과 국민연금 등이 관망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 주에 옵션만기(12일)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13일)가 예정돼 있는데다 그간 잠잠했던 유럽 변수라는 악재가 재차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국내외 이슈들이 안정되는 것을 안정이 확인하는 시점까지 위축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번주에는 독일-프랑스 정상회담(9일)를 비롯해 독일-이탈리아 정상회담(11일), 유럽중앙은행 통화정책회의(12일) 등이, 월말까지 EU재무장관회담, EU정상회의 등이 예정돼 있지만 유럽재정안정기금(EFSF)본격 가동, 유럽 안정 메커니즘(ESM) 조기 작동 등 정책 이벤트에 대한 기대감은 별로 상태다.
이선엽 연구원은 “연말 휴가를 떠났던 메르켈 독일 총리가 업무에 복귀하면서 유럽의 정치 이벤트가 재개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주말 이후부터 국내 증시는 유럽의 영향권에 들어갔고 시장의 긴장감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도 “2~4월 1,600억 유로의 이탈리아 국채만기가 예정돼 있고 1월중 유로존 핵심국가에 대한 등급조정도 발표될 예정”이라며 “지난 5일 진행된 프랑스 장기채 입찰에서 응찰률은 떨어지면서 낙찰금리는 상승하는 등 등급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드러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또 오는 12~13일에는 이탈리아의 국채발행이 예정돼 있는데 현재 유통시장에서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금리는 7%를 웃돌고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동문제의 경우 이란에 대한 공습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유가 급등으로 실물경기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할 대외악재로 꼽혔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유가의 레벨 자체가 높기 때문에 중동의 상황 악화는 실물경기 타격으로 직결될 수 있다”며 “과거의 사례들을 보면 실질 유가가 저점대비 2배 이상 상승하면 실물경기 악화로 이어졌기 때문에 중동리스크가 심화될수록 경기에 미치는 영향도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기금을 포함한 국내 기관의 본격적 매수시점이 1ㆍ4분기 이후로 연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연구원은 “유럽 주요국의 국채 발행 일정이 4월까지 이어지고 신용등급 강등 문제가 재차 거론되면서 시장이 출렁일 가능성이 높다”며 “연기금 등은 악재가 상당히 불거지고 지수가 크게 밀렸을 때 본격적인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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