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상승세를 타던 국제 금가격이 급락하면서 은행을 통해 금을 사고 팔수 있는 금거래통장인 일명 '골드뱅킹(gold banking)' 통장에서 자금이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금에 대한 안전자산 선호도는 여전해 골드뱅킹에서 급격히 돈을 빼기보다는 적절히 시장흐름을 지켜보며 분할매수를 꾸준히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 순매수세를 이어가던 신한은행 골드뱅킹 고객들이 지난달 처음으로 순매도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10월 정부의 배당소득세 부과 방침 여파로 은행들이 골드뱅킹 서비스를 잇따라 중단해 현재 국내 시중은행들에서는 골드뱅킹 통장을 판매하는 곳은 신한은행이 유일하다. 이 은행 골드뱅킹 고객들의 월별 순매수ㆍ매도(통장 입금량에서 출금량을 뺀 것) 현황을 보면 ▦지난해 12월 91만6,900g ▦올해 1월 63만3,835g ▦2월 27만2,821g ▦3월 25만7,339g ▦4월 21만4,436g ▦5월 -1만4,525g으로 집계됐다. 해당 통장의 총잔액도 지난달 처음으로 소폭 감소세로 전환해 전월보다 16억원 줄어든 2,802억원에 그쳤다. 투자자들이 골드뱅킹에서 돈을 빼내는 것은 금값이 최근 하향세로 돌아서자 '더 떨어지기 전에 차익을 실현하자'는 심리에 휩쓸리고 있는 탓이다. 금의 국제 현물가격은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후 지난 2008년 11월12일 온스당 712.30달러로 저점을 찍은 후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심리 등에 영향으로 상승세를 지속, 올해 4월29일 1,563.70달러로 최고점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후 가격 거품론이 확산되면서 지난달 31일에는 1,535.80달러로 떨어지는 등 약세를 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원ㆍ달러 환율까지 하락세를 타고 있다. 달러화로 표시되는 국제 금시세의 특성상 원ㆍ달러 환율 하락은 금매매 수익률을 한층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금융전문가들은 금ㆍ원화 가격의 하락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송경희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등은 이번주 초 '하나금융포커스' 보고서에서 금을 비롯한 상품가격 전망에 대해 "급등세가 재연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나 하락폭 역시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원ㆍ달러 환율에 대해서는 "하락 추세에 힘이 실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관석 신한은행 서울파이낸스센터 PB팀장도 "남유럽 재정위기, 중국의 추가 긴축정책, 미국의 경기 일시침체, 중동ㆍ북아프리카 내전 등의 국제적 불안 요인이 정리되기 전까지 금은 달러와 함께 안전자산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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