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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파 반발에 중도하차 투쟁노선 싸고 논란예고

잇단 사퇴요구 성명등 리더십 타격에 조기퇴진<br>좌파 영향력 확대…勞-政대화 더 힘들어질듯

강온파 몸싸움 20일 열릴 예정이던 민주노총 집행부의 사퇴 기자회견이 내부갈등으로 결국 취소됐다. 기자회견장 앞에서 벌어진 강온파간 몸싸움 모습이 앞으로 노사정관계가 험난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조영호기자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직 내분을 극복하지 못한 채 임기를 1년3개월여 남기고 물러났다. 5년째 중단된 사회적 대화 재개를 추진해온 이수호 집행부의 조기사퇴로 민주노총의 투쟁방향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좌파 반발에 중도하차=이 위원장은 지난 18일 오전 비리근절책을 발표할 때만 하더라도 사퇴를 요구하는 반대파의 반발을 무릅쓰고 하반기 투쟁을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열린 중앙집행위원회 중집 위원 9명이 퇴진 성명을 밝히고 산하조직 구성원의 사퇴요구 성명이 잇따르면서 조직을 정상적으로 이끌기 힘들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노총은 99년 노사정위원회 탈퇴 이후 강경투쟁으로 일관해왔지만 지난해 1월 이 위원장이 ‘대화와 투쟁의 병행’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 노동계 안팎에서 노정관계의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올 1월 산하조직인 기아자동차 채용비리 사건과 사회적 대화 재개를 위해 열린 3차례 대의원대회의 잇따른 무산으로 지도부의 리더십이 급격히 흔들렸다. 결국 조직 2인자의 비리사건까지 겹쳐 이 위원장은 98년 2월 정부와 정리해고 확대에 합의한 뒤 물러난 배석범 위원장 직무대행에 이어 사상 2번째로 중도에 퇴진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투쟁노선 변화 오나=비상체제로 운영되는 민주노총 내부에서 정부와의 대화, 한국노총과의 공조 등 기존 투쟁노선을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노총 내 3대 정파 가운데 온건세력으로 분류되는 이 위원장 중심의 국민파 집행부가 물러나게 되면 사회적 대화를 반대해온 중앙파와 현장파 등 좌파의 영향력 확대가 확실시된다. 이에 따라 현 집행부가 추구해온 정부 및 경영계와의 대화를 통한 비정규직법안 처리 방침을 둘러싸고 내부 공방이 예상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져온 한국노총과의 공동투쟁을 둘러싼 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새 집행부 출범 때까지 민주노총의 내부 혼선으로 투쟁력이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6월 이후 사실상 중단된 노정간 대화는 앞으로 더욱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꾸준히 사회적 대화를 시도해온 현 집행부의 사퇴로 민주노총 내부에서 정부와의 대화를 추진할 구심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도부 사퇴를 주장해온 민주노총 내 좌파들은 정부와의 대화보다는 투쟁력을 키우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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