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산업의 각 부문 중에서 패러다임의 변화가 가장 극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분야는 아마도 스마트금융이 아닐까. 이익집단의 영업전략에는 동시대인의 라이프패턴이 반영되기 마련이다. 소비자의 성향을 알아야만 새로운 수요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현재 은행들이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전략, 즉 스마트금융의 배경은 변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만다는 진화론적 사고방식이다.
실제로 한 연구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2000년까지만 해도 소비자들은 한 달 평균 1회 정도 은행지점을 찾았다. 그러던 것이 2012년이 돼서는 한달 평균 0.13번으로 급속도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에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금융거래는 무려 13.4배가 늘었다. 김 회장의 말마따나 현대 소비자들은 눈만 뜨면 스마트기기부터 찾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그러한 습성이 은행 거래패턴에도 녹아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BNP파리바가 출범시킨 '헬로뱅크(Hello Bank)'는 스마트금융의 앞선 사례로 기억해둘 만하다. BNP파리바는 지금까지 오프라인 금융거래의 보조수단으로 활용되던 모바일뱅킹을 '메인 툴(Tool)'로 격상시켰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국경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점이다. BNP파리바는 '헬로뱅크'의 첫 기착지로 벨기에를 선정했다. 이후 진출지는 독일ㆍ프랑스ㆍ이탈리아로 늘었는데 BNP파리바는 본거지인 프랑스가 아닌 타국에서 먼저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성장정체로 고민하고 있는 국내은행들로서는 BNP파리바의 '헬로뱅크'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우리나라 은행의 대출총량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육박하고 있는데 이 말은 국내에서는 더 이상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어렵다는 것"이라며 "BNP파리바 사례처럼 지역을 다변화하고 새로운 성장원으로 해외에 진출하려는 시도가 앞으로 계속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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