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는 지난 한 주(12~16일) 동안 23.07%(7만500원) 하락했다. 같은 기간 동안 시가총액은 무려 2조4,375억원이 증발했다. 블록딜 실패 사실이 알려진 지난 13일 이후 4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1,371억원어치의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순매도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이번 블록딜 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국내 기관투자가를 외면한 채 해외시장에만 치중했던 씨티증권의 전략을 꼽고 있다.
씨티증권은 일부 국내기관투자가들에게는 블록딜 진행 사실조차 알리지 않았다. 사전에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에 대한 수요예측 역시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증권사 IB의 한 고위관계자는 "1조5,000억원 수준의 대형 거래를 이렇게 허무하게 날려버린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씨티증권에게 또다른 일을 맡기는 게 어디 쉽겠느냐"며 "당장 씨티증권이 공동 주관사로 참여하고 있는 현대차그룹 계열의 이노션 기업공개(IPO) 추진 과정에서도 계약 조건이 바뀌거나 배정 물량이 줄어드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사태가 더욱 심각해질 경우 상황에 따라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씨티증권에 대해 각종 거래 물량을 줄이거나 접근 자체를 막아버리는 등의 강력한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체면 관리를 위해 현 상황에서 페널티까지 부과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현대차그룹 내부적으로는 씨티증권에 대한 불만이 잠재돼 있지만 이를 외부적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외국계 IB 대표는 "씨티증권이 이번 블록딜 과정에서 제대로 전략을 수립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대차그룹이 씨티증권에 대해 페널티를 주면 블록딜 자체가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하는 상황이 되는 만큼 그렇게 강한 조치를 취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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