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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보험산업 이대론 안된다] <중> 거꾸로 가는 연금정책

사적연금 키워도 모자랄 판에… 세수 늘리려 있던 稅혜택도 줄여

국민연금 실질 소득대체율 30% 안팎 그쳐

재정지원 통한 연금 인프라 구축 서두르고

보험사도 불완전판매 해소 등 신뢰 회복을

미래에셋생명이 지난해 서울 삼성동 COEX에서 개최한 은퇴설계아카데미에 수많은 청중이 참가해 노후 자산관리와 관련한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제공=미래에셋생명


2경730조원 VS 283조원. 미국과 한국의 사적연금 적립금(2012년) 규모다. 미국의 사적연금 규모가 100배가량 높다.

미국 국민이 노후 생활을 위해 미리 쌓아놓은 자산은 국내총생산(GDP)의 125%에 이른다. 반면 우리나라는 GDP의 25% 수준이다. 1인당 노후자산 규모를 봐도 미국은 6,600만원이지만 우리나라는 고작 580만원뿐. 이런 사적연금 규모가 문제가 되는 것은 공적연금의 열악한 현실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평균가입기간(27년)을 감안해 국민연금의 실질 소득대체율을 산출해보면 25.8~30.7%(2012년 기준) 수준에 불과하다. 은퇴 후 받는 국민연금 수령액이 은퇴 전 소득 대비 30%를 겨우 채울까 말까 하는 수준이라는 뜻이다. 갈수록 고령화되고 있는 인구구조 등을 감안할 때 결국 개인연금·퇴직연금 등 사적연금 시장을 키워 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높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정부가 이런 현실의 맥을 제대로 짚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 상품을 국가 연금 체계의 한 축으로 다루기보다는 일개 상품으로 접근하면서 당장의 세수확보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노후 대책을 촉구하면서도 정책적 인센티브는 축소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개인연금의 가구당 가입률이 수년째 고작 20%대에 불과한 현실을 떠올리면 암울하기까지 하다.

대형 생명보험사의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개인연금 상품에 대한 세제혜택을 세수감소의 한 원인으로 보기보다는 사회 안전망을 보다 확대하는 계기로 봐야 한다"며 "사적연금 시장이 커진다는 얘기는 국가 재정이 감당해야 할 몫을 보험 산업이 일부 떠안는다는 뜻으로 정부에도 유익하다"고 지적했다.

◇공적연금 한계 명확, 사적연금 키워야=국민연금의 실질 소득대체율은 현실적으로 30% 수준이다. 하지만 이것도 과대 계산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퇴직 직전 소득이 아니라 가입 기간 전체의 평균 소득을 기준점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60세 퇴직 당시 600만원의 월급을 받고 평균 소득이 400만원인 사람의 국민연금 수령액은 180만원(600만원의 30%)이 아닌 120만원(400만원의 30%)이다.

여기에 국민연금은 가입자의 월 평균 소득(2013년 기준 193만원)을 넘는 사람에 대해서는 소득대체율을 더 줄이도록 돼 있어 이 사람이 받는 연금 수령액은 120만원에서 더 떨어지게 된다. 때문에 국민연금 가입자의 상위 소득층 소득대체율은 15%선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엇보다 베이비부머의 은퇴 등으로 복지 비용이 급증하는 데 비해 인구감소·저성장으로 세수는 이전보다 덜 걷히면서 나라 살림은 갈수록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공적연금의 수지악화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이런 큰 그림이 그려져 있다면 사적연금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답이 나온다.

하지만 개인연금 가입률과 유지율은 기대에 훨씬 못 미친다. 개인연금 가입자는 경제활동인구의 약 30%에 해당하는 950만명으로 가구당 가입률은 2007년부터 평균 20%대에서 정체돼 있다.

최성민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은 상호 대체재인데 공적연금을 키우기 힘든 현실을 감안하면 사적연금을 강화해야 한다"며 "정책적 인센티브와 함께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연금 상품의 중요성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금 세제혜택 놓고 엇박자, 시대 흐름 거슬러=우리나라의 연금정책은 복지부의 국민연금, 고용부의 퇴직연금, 금융위의 개인연금 등으로 부처별로 쪼개져 있다.

칸막이가 쳐 있다 보니 한정된 국가 재원을 어떤 식으로 활용하고 분배할지에 대한 통합적이고 유기적인 정책 수립이 어렵다. 부처별로 편의적인 해법이 나오기 쉽고 공급자 중심의 정책으로 연결된다.

대표적인 게 연금저축에 대한 세제혜택 축소다.

정부는 세제개편을 통해 연금저축에 대해 최대 연 400만원까지 15% 소득공제를 해주던 것을 12% 세액공제로 바꾸었다. 이렇게 되면 연간소득이 4,000만원인 고객은 세금이 기존보다 15만원 늘어나고 6,000만원은 60만원, 1억원은 115만원을 세금으로 더 내야 한다. 소득 수준이 높다고 볼 수 없는 사람들도 세 부담이 증가하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연금 인센티브를 강화하자는 입장이었지만 세정 당국은 세수확보 차원에서만 이 문제를 바라봤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형 생보사의 한 임원은 "가뜩이나 낮은 연금저축 가입률을 감안하면 정부 지원이 절실한데 오히려 가입 유입을 낮추는 쪽으로 정책이 역행한 것"이라며 "정부가 제대로 된 국민 노후보장 체계를 만들려면 세제혜택과 재정지원 등을 통해 연금 인프라를 조성하는 등 사적연금을 키우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사 신뢰 제고도 절실=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개인연금 가입 유지율은 △3년 55.3% △5년 39.6% △7년 33.0%로 갈수록 떨어져 9년 차에는 23.8%까지 하락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연금의 중도해지로 노후대비는커녕 원금만 날리는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는 보험사의 불완전 판매도 한몫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보험사들도 해약환급금을 크게 늘리는 등 수수료를 많이 절감했다"면서도 "다만 고객별 재정상황 등을 감안하지 않고 무조건 팔고 보자는 식의 영업은 결국 보험사에 대한 실망감으로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금융취약계층의 상품 해지율을 낮추는 일이 절실하므로 자금인출이 가능한 개인연금상품의 종류를 확대해야 한다"며 "개인연금 특성상 타 금융상품 대비 단기수익률이 낮아 매력도가 떨어져 보일 수 있어 세제혜택 확대를 통해 수익률을 보전함으로써 가입 유인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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