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매각을 통해 5조원 이상의 차익을 거둔 영국 테스코그룹이 국내에 세금을 얼마나 납부할지가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한 푼도 안 낼 수도 있고 최대 1조원이 넘는 세금을 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홈플러스 지분 100%를 국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7조2,000억원에 매각한 영국 테스코그룹이 세금을 내게 된다면 그 규모는 7,000억원에서 1조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홈플러스의 실질 대주주를 누구로 판단하느냐에 따라 테스코는 한 푼의 세금도 안 낼 수 있다는 점이다. 홈플러스의 실질 대주주는 '영국' 테스코지만 테스코는 네덜란드의 페이퍼컴퍼니인 테스코홀딩스(Tesco Holdings B.V)를 통해 홈플러스㈜ 지분 100%와 홈플러스테스코 지분 50%를 소유하고 있다. 홈플러스테스코 지분의 나머지 50%는 홈플러스㈜의 소유다. 즉 과세 근거지가 네덜란드와 우리나라가 된다.
우리나라와 네덜란드는 지난 1981년 이중과세 회피와 탈세 방지를 위한 협약을 맺었다. 한·네덜란드 조세조약에 따르면 테스코는 한국이 아니라 네덜란드 정부에 양도소득세를 내게 된다. 이마저도 비과세 면제 신청을 통해 면제 받을 가능성이 있다. 1995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테스코가 홈플러스 매각을 통해 5조원 이상의 이익을 거뒀는데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을 경우 '먹튀' 기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테스코홀딩스그룹의 법인격에 대한 판단 여부에 따라 갈리게 될 것이라는 게 회계업계·법조계 등의 전망이다. 과세당국이 테스코홀딩스가 세금을 피하기 위한 단순 페이퍼컴퍼니라고 판단할 경우 세금 이슈는 네덜란드가 아닌 테스코 본사가 있는 영국과의 조세협약을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한국·영국 간 조세협약상으로도 테스코는 한국에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다만 네덜란드와 달리 영국의 경우 부동산 매각은 국내법에 따라 세금을 징수할 수 있게 된다. 홈플러스의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부동산 매각으로 간주하면 테스코가 내야 하는 세금은 홈플러스의 매각차익 5조원의 24.2%에 해당하는 1조2,000억원에 이른다.
영국과의 조세회피 문제에 대한 공조를 통해 국내법으로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징수가 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 경우 법조계는 소득세법에 따라 매각액의 10%(지방세 포함 11%), 혹은 양도 차액의 20%(〃 22%) 가운데 적은 금액을 징수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매각대금이 7조원을 넘는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테스코가 내야 하는 세금은 7,000억원가량이 된다.
투자은행(IB) 업계는 2006년 까르푸가 이랜드에 한국까르푸를 매각할 때의 사례와 비슷한 경로를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테스코와 마찬가지로 까르푸 역시 네덜란드에 페이퍼컴퍼니를 두고 있다. 조세회피 의도가 있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당시 법원은 까르푸네덜란드가 세금탈루 목적이 없다고 판단했다. 당연히 까르푸네덜란드의 법인격이 인정됐고 한국·네덜란드 조세협약을 근거로 까르푸의 비과세 면제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까르푸의 사례처럼 테스코홀딩스도 법인격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에서 세금을 징수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과세당국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과거 사례만으로 테스코 세금징수를 예단할 수 없다"며 "매각과 관련된 세부 신고내역을 보고 과세 가능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과 노동계도 테스코의 세금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은 "세법과 조세협약 등의 한계로 인해 다국적 기업에 과세가 불가능한 부분이 있는 점에 대해서는 국제적 공조와 전방위적 대응책을 마련해 개선해나가야 한다"며 "국세청은 과세당국으로서 공평과세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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