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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포커스] 잊을수 없는 그날

그날 아침은 전형적인 뉴욕의 초가을답게 상쾌했다. 그날도 무심코 허드슨강 건너 편에 우뚝 솟아있는 세계무역센터 빌딩 두동을 버스 창넘어로 보면서 맨해튼에 들어갔다.그 현대식 고층 건물은 여느때와 다름없이 세계금융시장 중심으로서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게 마지막 모습이었다. 지난해 9월 11일 아침, 기자는 보통의 하루를 시작했다. 뉴저지주 집에서 출발, 맨해튼 동쪽 이스트강 건너편에 있는 사무실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8시 30분. TV를 켜고 조간 신문을 뒤적이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세계무역센터에 불이 났다고 알려줬다. 그 순간, 미국 방송들은 조그마한 세스나기가 부딛쳐 사고를 낸 것같다고 보도했다. 조금후 또다른 비행기가 옆건물을 관통하면서 불길에 휩싸였다. 그제서 미국 방송들은 테러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기자는 사무실 창문을 통해 세계무역센터가 시커먼 연기를 내며 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두 건물이 힘없이 무너지는 것도 목격했다. 출근할때 본 위풍당당하던 뉴욕의 상징은 두시간후 잿더미로 변하며, 세계역사의 흐름에 단층을 형성했다. 테러후 1년, 미국은 잠에서 깨어난 사자처럼 성난 모습으로 돌변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전세계를 향해 어느 편에 설 것인지의 선택을 강요했고, 그의 경쟁자인 앨 고어 전부통령은 "부시가 나의 총사령관"이라며 국민적 단결에 동참했다. 애국심이 절대적 가치로 부상했고, 우방들이 비겁하게 우물쭈물하더라도 미국은 혼자서 간다는 식의 나홀로주의가 등장했다. 뉴욕 월가는 그야말로 잿더미에서 회복했다. 올들어 미국 경제가 다시 꺾이고 뉴욕증시가 가라앉고 있지만, 그것은 90년대 장기호황으로 형성된 거품이 걷히는 과정일뿐, 테러의 결과는 아니다. 세계무역센터는 테러 공격으로 무너졌지만, 그들의 타깃이었던 국제금융 시스템은 강력한 힘으로 움직이고 있다. 참사의 현장은 지금 원자폭탄이 터진 것처럼 커다란 웅덩이가 패여 있고, 철조망 여기저기에 희생자를 기리는 꽃이 꽂혀있다. 불길을 피해 100층 건물에서 뛰어내리던 그들은 알카에다가 무슨 조직인지, 오사마 빈라덴이 누구인지도 모른채 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어갔다. 그라운드 제로에는 "우리는 결코 잊지 않으리라"라는 글귀의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테러의 잔해는 완전히 제거됐지만, 미국인들 마음의 응어리는 굳어지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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