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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흐름은 10번 홀에서 결정적으로 바뀌었다. 한때 5타차나 앞서가던 데이비드 하웰(30ㆍ잉글랜드)이 8ㆍ9번홀 연속 보기로 주춤거렸고 타이거 우즈(30ㆍ미국)가 7번홀 버디로 추격하면서 2타 차가 된 둘은 10번 홀에서 2m쯤 되는 비슷한 거리의 버디 기회를 맞았다. 우즈가 버디를 하고 하웰이 못할 경우 단 1타 차로 좁혀져 역전 가능성이 높아질 상황. 하지만 먼저 퍼트한 우즈의 볼은 홀 오른쪽으로 살짝 흐른 반면 하웰의 볼은 맹렬하게 굴러 홀로 빨려 들었다. 우즈의 추격은 거기서 끝났다. 결국 우즈는 13일 중국 상하이 시샨 인터내셔널 골프클럽(파72ㆍ7,133야드)에서 끝난 유럽 투어 이벤트 경기인 HSBC 챔피언스 토너먼트(총상금 500만달러)에서 준우승에 그쳤다. 이날 2언더파를 보태며 4라운드 합계 17언더파 271타. 최종라운드에서만 4타를 줄여 합계 20언더파 268타를 친 하웰에 3타나 뒤진 패배였다. 1타차 단독 선두로 이날 라운드를 시작했던 하웰은 초반 6번홀까지 4타를 줄이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으며 8ㆍ9번홀 연속 보기 이후에도 경기 흐름을 놓치지 않고 공격적으로 플레이를 펼쳐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95년 퀄리파잉스쿨을 거쳐 96년부터 본격적으로 유럽투어에서 활동해 온 하웰은 이로써 올 시즌 BMW인터내셔널오픈에서 이어 시즌 2승째를 올렸다. 유럽투어 통산 3승째. 막판 대 역전의 기대를 받던 우즈는 10번홀 이후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기세가 오른 하웰이 자신만만하게 코스를 누비는 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다. 우즈는 11번홀 버디 퍼트가 약해 홀 앞에 멈췄고 14번홀은 세컨 샷이 그린을 지나 해저드쪽 언덕에 겨우 걸렸으며 15번홀은 러프에서 친 세컨 샷이 짧았다. 우즈가 완전히 주저 앉은 것은 16번홀. 마음이 급해진 우즈는 288야드짜리 짧은 파4의 이 홀에서 그린을 바로 공략하려다가 그린 오른쪽 해저드 구역 안의 깊은 러프에 볼을 넣고 말았다. 1벌타를 받고 3타 만에 그린에 오른 우즈는 비교적 짧은 거리의 파 퍼트를 놓치며 추격의 실마리를 놓쳤다. 파5의 마지막 홀에서 2온한 뒤 버디를 했지만 의미가 없었다. 한편 비제이 싱(41ㆍ피지)은 이날 3타를 줄이며 합계 13언더파 275타를 기록, 토마스 비욘 등과 공동 4위를 이뤘다. 최경주(35ㆍ나이키 골프)는 이날 버디 4개와 보기 2개를 엮어 2언더파 70타를 보태면서 나흘 합계 8언더파 280타를 기록, 공동 12위까지 순위를 끌어 올렸다. 전날 공동 18위에서 올라 섰지만 가장 짧은 파4홀인 16번홀에서 보기를 해 톱 10 진입의 기회를 잃은 것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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