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27일 국내 증시에서 23거래일 연속 순매수에 나서 한국거래소가 거래내역을 전산화한 지난 1999년 이후 최장 기록을 세웠다. 기존 기록은 2010년 3월의 22거래일이다.
2010년 3월과 지금 국내 증시의 변수는 환율ㆍ실적ㆍ대외환경으로 비슷하다. 다른 것은 변수가 미치는 영향의 힘과 방향이다. 당시는 외국인 매수세에도 불구하고 환율 급락으로 주가가 덜 올랐고 이후 실적 기대감으로 강세를 보이다 대외악재가 부각되며 결국 주저앉았다. 환율과 대외환경은 큰 악재, 실적은 작은 호재였다.
지금은 환율과 실적은 작은 악재, 대외환경은 큰 호재다. 전문가들은 악재와 호재를 감안할 때 외국인 매수세는 한동안 더 이어지고 증시는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고 분석한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0.22%(4.48포인트) 오른 2,011.80포인트로 거래를 마치며 2,000선을 굳게 지켰다. 이날 외국인은 장 초반 63억원까지 매도우위를 보였지만 20분도 안 돼 '사자'세로 돌아서 결국 2,053억원을 매수하며 장을 마감했다. 이날 개인은 장 초반 소폭 매수하다가 다시 매도에 나섰으며 기관은 14거래일 연속 매도행진을 이어갔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950억원, 1,028억원 순매도했다.
과거 외국인 연속 순매수 랠리가 가장 길게 이어졌던 2010년 3월12일부터 4월12일까지 22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6조8,144억원을 사들였다. 일평균 3,097억원을 사들여 최근 23거래일 평균 매수금액인 3,927억원보다 낮은 편이었다. 이 기간 1,662.74포인트였던 코스피지수는 2.86%(47.56포인트) 뛰어 1,710.30포인트까지 올랐다.
당시 외국인의 매수 행진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상대적으로 덜 오른 것은 역설적이게도 외국인 자금 유입에 따른 원ㆍ달러 환율 급락이다. 다만 그 이후로 IT와 자동차업종의 실적기대감이 뒷받침되며 2주간 외국인들은 1조5,282억원을 더 사들여 1,752.20포인트까지 주가지수를 끌어올렸다. 다시 한 달간 대외 악재가 외국인을 매도세로 돌아서게 하며 주가를 큰 폭으로 끌어내렸다. 한 달간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경기침체 가능성, 중국의 긴축과 미국의 경제지표 부진 등의 영향으로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5조3,672억원을 찾아가 코스피지수를 1,560.83포인트까지 주저앉혔다.
2010년 3월 외국인 수급 상황 이후와 대내외 증시 여건을 고려해봤을 때 앞으로 외국인의 매수세는 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김지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 3ㆍ4분기 실적 기대치는 떨어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라 이머징 국가들의 전반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외국인은 밸류에이션이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 시장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외국인의 코스피 시가총액 대비 보유 비중이 34.1%지만 현재는 33.6%이기 때문에 외국인의 시가총액 비중이 2000년 이후 평균까지 상승한다면 6조3,000억원까지 추가적으로 매수가 가능하다.
대외환경은 당시와 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10년 3월은 유럽 재정위기라는 큰 암초가 눈 앞에 보이는 시기였지만 현재 상황은 미국과 유럽의 경기가 회복되는데다 중국 역시 강력한 부양책으로 경제 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미국 예산안 공방, 부채상향 이슈 등 정치적 부담은 다소 있지만 이머징 국가의 금융위기 우려감이 잦아들고 있기 때문에 대외변수에 따른 외국인의 매수세가 줄어들 가능성은 이전보다 작다"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매수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어 단기적으로 증시가 정체하는 모습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배재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의 개별주 매수 규모가 점차 줄어 들고 있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외국인 수급이 다소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환율 부담이 단기적일 것으로 보는데다 전세계 주식시장 내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에 비해 상당히 낮아져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외국인의 유입 추세는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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