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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Watch] 지급결제시장 대변혁

손가락 갖다 대고 카운터 앞에만 가면 "계산 끝"

"지갑도… 스마트폰도… 꺼낼 필요 없어요"

지문 등 생체정보 활용 본인 인증… NFC는 결제장소 근처만 가면 돼

액티브X 사라질 날도 머지않아… 단말기 보급·보안문제 등은 과제


# 직장인 A씨는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골라 계산대 위에 올렸다. 점원은 제품의 바코드를 찍고 A씨에게 합산가격을 확인시켜준 후 "계산이 끝났다"고 말했다. 편의점을 나올 때까지 A씨는 지갑도, 심지어 스마트폰도 꺼내지 않았다. 그저 계산대에 다가갔을 뿐이다.

# 블랙프라이데이를 손꼽아 기다려온 해외직구족 B씨는 스마트폰으로 마음에 쏙 드는 코트를 발견하고 망설임 없이 지불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손가락을 가만히 스마트폰에 갖다 대자 결제가 완료됐다. 스마트폰이 B씨의 지문을 인식, 본인 인증을 하고 순식간에 결제를 처리한 것이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새로운 결제 방식이 쏟아지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이 가장 도드라지는 곳은 역시 온라인 분야다.

특히 쇼핑몰마다 새로 깔아야 했던 각종 액티브(Active)X는 멸종이 머지않아 보인다. 액티브X란 인터넷 익스플로러 내에서 브라우저와 PC 프로그램이 상호 연동 및 구동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윈도 시스템으로 해킹에 취약한 특징이 있다.

또 인터넷 익스플로러 외에 크롬이나 사파리·파이어폭스 등 다양한 인터넷 브라우저에서는 구동되지 않아 다른 인터넷 브라우저를 많이 쓰는 외국인 고객들에게 큰 불편이었다.

BC카드는 액티브 없는 결제 서비스인 'ISP+'를 개발해 5일부터 BC카드 포인트 쇼핑몰인 탑(TOP)쇼핑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BC카드와 KB국민카드 회원이 인터넷 결제시 이용하는 프로그램인 ISP가 액티브X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보안성이 낮은 비밀번호 대신 지문이나 안면인식 등 생체정보를 활용하는 FIDO(Fast IDentity Online) 기술도 결제에 적용되고 있다.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에 들어간 애플페이가 대표적이다.

온·오프라인에서 결제를 할 때 지문을 인식시켜 본인 인증을 받는다. BC카드도 내년 초 지문과 얼굴 등으로 본인 인증을 하는 온라인 결제 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가입자 50만명을 돌파한 뱅크월렛카카오는 송금에 혁신을 불러왔다. 뱅카에 충전만 해두면 연락처가 등록된 친구의 계좌번호를 몰라도 축의금 등을 쉽게 보낼 수 있다. 물론 온라인 결제도 가능하다.



결제 방식의 변화는 오프라인도 예외가 아니다. BC카드는 근거리무선통신(NFC)인 비콘(Beacon) 서비스를 활용해 스마트폰을 가진 고객이 카드를 제시하거나 애플리케이션을 켜지 않아도 결제 장소에 접근하면 결제가 되는 서비스를 BC카드 사옥 주변에서 시범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처음 한번만 ZEP라는 앱을 설치하면 가맹점에 설치된 비콘이 자동으로 앱을 실행시켜 고객의 ID를 인식하는 구조다. 지갑도, 스마트폰도 꺼낼 필요가 없다. BC카드 측은 "경기장이나 공연장에 들어가려면 표를 확인하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하는데 여기에 ZEP를 적용하면 비콘을 통해 고객이 지나갈 때마다 고객 정보를 읽어 티켓 구매 여부를 확인할 수도 있다"고 활용방안을 설명했다.

롯데카드는 결제와 마케팅을 접목한 비콘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지난 10월 시범 운영된 비콘 위치기반 모바일 서비스는 고객이 비콘이 설치된 매장을 방문하면 해당 매장의 제품 정보와 할인쿠폰 등을 바로 제공 받을 수 있다.

신종 결제 수단과 전통적인 결제 방법이 결합된 사례도 있다. 2007년 세계 최초로 모바일카드를 선보이고 2013년에는 최초의 앱카드를 만들어낸 이 분야의 강자 신한카드는 최근 NFC를 통해 여러 장의 카드를 한 장의 카드에 등록해 관리하는 '원카드' 서비스 시연에 성공했다. 이 서비스는 NFC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과 콤비칩이라는 부품이 탑재된 카드 한 장만 있으면 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 A·B·C 세 장의 카드를 등록한 후 A카드를 사용하고자 할 때는 모바일상으로 A카드를 선택, 콤비칩 카드에 대면 NFC 기능을 통해 콤비칩 카드가 A카드가 된다. 또 B카드를 사용할 때는 다시 모바일상으로 B카드를 선택한 후 콤비칩 카드에 가져다 대면 B카드로 변신하는 것이다.

신한카드의 한 관계자는 "원카드는 플레이트상에 카드번호·유효기간·CVC 등을 표기하지 않고 소지자의 이름만을 넣고 휴대폰과 카드 간 NFC 태그로만 카드 정보를 확인하기 때문에 카드를 분실해도 정보유출 가능성이 최소화돼 보안성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통신과 인터넷·모바일을 아우르는 신종 결제 방식이 기존 카드와 현금 중심의 결제 시스템을 한방에 뒤엎을 것 같지는 않다.

신종 결제가 가능한 스마트폰이나 NFC 단말기 보급이 완전하지 않다는 한계와 보안 문제가 있어서다. 뱅카의 경우 오프라인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바코드나 NFC 방식을 쓴다. 그런데 아이폰에는 NFC 기능이 탑재돼 있지 않은데다 안드로이드 단말기를 갖고 있더라도 SK텔레콤이나 KT 두 개 통신사 단말기만 NFC를 쓸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오는 2015년께 NFC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어서 현재 뱅카 NFC 결제는 불가능하다. 사용자가 NFC 스마트폰을 갖고 있어도 NFC 단말기를 갖춘 오프라인 가맹점이 거의 없다는 점도 장애다. 현재 NFC 결제가 가능한 곳은 세븐일레븐·이마트·신세계 정도다. 스마트 금융에 정통한 한 금융사 임원은 "요즘 근거리무선통신 결제 바람을 보면 과거 모바일카드를 결제하는 데 쓰는 '동그리'라는 단말기를 보급하던 때가 생각난다"며 "하지만 막상 실제로 물건을 사려고 하면 제약이 많았다. 동그리가 없는 곳이 많을뿐더러 있는 곳도 사용률이 저조해 카운터 깊숙이 처박아 찾아서 내놓는 곳도 있었다.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르는 점주들도 한둘이 아니었다. 지금의 신종 기술도 일상적인 결제 방식으로 정착하기까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보안이다. 결제 방식이 다양화하는 만큼 금융사기도 지능화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속속 등장하는 지문인식 결제 방식에 대해 한 보안 전문가는 "아이폰은 지문 정보를 물리적으로 독립된 공간에 저장해 정보유출을 최소화한 반면 안드로이드는 소프트웨어상에 지문을 저장하는 방식이어서 해킹의 위험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개인 정보, 그중에서도 지문 등 민감한 정보가 유출될 경우 걸음마를 뗀 핀테크 시장 자체가 뿌리째 흔들리게 될 것"이라며 "소프트웨어는 아무리 보안을 철저히 하더라도 해킹 가능성이 언제나 열려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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