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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25년 상거래가 변한다] 8. 끝 - 전문가 좌담

우리 사회에 신용카드가 도입된 지 25년째를 맞아 2003년 카드업계는 급격한 변화의 시기에 돌입했다. 신용 정도를 근거로 한 결제 수단으로서의 역할과 서민들의 자금줄에 숨통을 트여주는 서민금융의 한 축으로서의 이중 역할 속에서, 카드업계는 올해 각 사의 수지 악화와 정부 규제, 구조조정 등 온갖 현안들을 헤쳐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경제신문은 올해 카드시장의 현안과 향후 카드산업 육성을 위한 과제를 진단하기 위해 민ㆍ관ㆍ학계를 대표해 이보우 여신금융협회 상무와 노태식 금융감독원 비은행감독국장, 박상수 경희대 교수 등 3명의 전문가들을 초청, 특별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보우 여신금융협회 상무 =올해 카드업계의 앞날은 매우 불투명합니다. 시장 규모 면으로는 견실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카드회사 수지와 관련해서는 긴장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은 정부의 감독 방향입니다. 정부 감독은 크게 건전성 강화와 소비금융에 대한 규제 강화로 나뉩니다. 건전성 강화, 즉 대손상각과 연체율 관리 등에 대해 정부는 회사 수지 상황을 보고 곧바로 적기시정조치를 내리겠다는 방침인데, 연체를 단기간에 떨어뜨리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박상수 경희대 교수=외국의 경우 신용도가 없으면 카드를 발급받지 못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러한 과정 없이 손쉽게 카드를 발급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로 인해 생활에 엄청난 편의를 가져왔다는 사실은 드러나지 않고 카드관련 범죄 등 역기능만 부각돼, `카드`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만 떠오르는 실정입니다. 현금대출 등 각종 서비스가 큰 편의를 주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가계대출이 너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거기서 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부각된 결과입니다. 하지만 돈은 흐르는 것이고, 부족하면 꾸어 쓰고 갚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저축의 필요성을 교육받아 왔지만, 사실 금융이론 면에서는 사실 저축할 필요가 없습니다. 없으면 꾸어서 쓸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기존의 생각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카드사들이 지금은 연체 증가 등으로 일부 적자로 돌아서는 등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올 상반기까지 이 추세가 지속될 것입니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카드 시장도 안정단계에 들어갈 것으로 봅니다. ▲노태식 금감원 비은행감독국장=올해는 카드산업 전반이 내실을 기하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과거에 두 배씩 성장세를 보이다 지금 그 속도가 둔화되면서 카드사들이 어려움을 느끼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성장세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다행히 카드사들이 확장지향보다는 내실지향 경영전략을 수립해, 회원확장이나 무리한 규모 늘리기를 지양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업계가 우려하는 업무 위축도 없을 것입니다. 정부도 카드 사용을 권장하고 있고, 올해는 신용카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완전 불식하고 신용카드가 올해는 말 그대로 신용 일선의 위치에 자리잡아야 합니다. ▲박교수=하지만 정부가 지나치게 직접적으로 규제를 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노국장=직접규제라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물론 과거보다 규제가 강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일련의 조치 자체가 시장의 기능을 거스르거나 과도한 경영 침해를 가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신용도를 감안해 적정하게 카드회원을 모집해야 한다는 것이 왜 규제가 되는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정부 조치는 카드사를 퇴출시키기 위한 규제가 아니라 그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한 예방적인 것일 뿐입니다. 연체율이 높고 당기순손실 상태가 오래 가는 기업은 어차피 경영이 유지되지 않습니다. 또 지금같은 상태가 오래 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난해 카드사 수지가 나빠졌지만 이는 충당금을 많이 쌓아 회사가 튼실해졌기 때문이므로, 수지 악화는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입니다. 정부의 기준 강화로 카드사의 성장세가 단기적으로 둔화되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카드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차원에서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이상무=제 생각에는 장기적으로 두 가지가 정부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고 봅니다. 우선 상품이나 영업방식에 대해선 가능한 자율에 맡기고, 신용카드의 결제기능이 본업무라고 보는 시각을 심각하게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현금서비스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있다면 그에 맞는 정책과 육성방안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정부의 규제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그 속도와 강도를 좀더 단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60%가 넘는 현금성 대출을 급격히 줄이려면 경기가 급속도로 호전되거나 소득이 급증해야 하는데 실상을 그렇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1년 반이라는 유예기간을 연장해야 하지 방안도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요. ▲노국장=지금 상황에서는 연체자 발생을 억제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나마 이 정도 수준에서 관리를 해야지, 나중에 연체자가 더 크게 불어나면 관리하기는 더 어려워집니다. 다행히 카드 연체 신규발생이 올 1월 들어 줄어들고 있어, 업계에서는 1ㆍ4분기 중에는 어느 정도 관리 가능한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박교수=문제는 정부가 현금서비스 등 카드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기 때문에, 카드사 입장에선 사정이 좋지 않을 경우 신용도가 정상인 회원들에까지도 손을 댈 수밖에 없다는 점인데요. ▲노국장=신용카드는 결제기능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현금서비스는 보완적인 수단이 될지언정, 대출수단으로 이용돼선 안됩니다. 대출 업무를 하고 싶다면 정확한 심사를 거쳐 카드론을 해야 된다는 얘기입니다. 현금서비스의 단기간 대출은 돌려막기를 일삼는 신용불량자를 양산할 가능성을 낳기 때문입니다. 실제 가계대출 지표를 살펴보면 국내총생산(GDP)대비 가계대출은 0.87%로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신용카드 채권비중은 미국이 5%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0%에 달하고 현금서비스 비중도 우리나라가 월등히 높습니다. 카드사 현금서비스가 너무 많다는 얘기입니다. ▲박교수=하지만 현금서비스의 비중을 줄이면 서민금융의 어려움만 부각될 것입니다. 또 카드사의 주수입원이 현금서비스인데, 가뜩이나 어려운 카드사의 경영이 더 어려워져 부실화를 촉진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노국장=문제는 카드사의 과다 경쟁입니다. 과당경쟁 때문에 신용판매에서 이익을 못 내고 대출서비스로 손실을 상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물품 구매자는 생활능력이 비교적 잘 갖춰진 사람들인 경우가 많은데, 이들에게는 6개월 무이자 같은 할인혜택을 주면서, 금전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높은 수수료를 청구한다는 것이 균형에 맞지 않습니다. ▲이상무=과다경쟁의 근본은 정부의 50대50 조치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50%를 맞추기 위해 분모를 늘리려는 와중에 과다경쟁 벌어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행정지도가 당초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사태를 끌고 가고 있다는 얘깁니다. ▲박교수=카드시장에서는 가격경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비가격적 요인으로 소비자를 유치하는 것인데, 정부가 이를 자제하라고 요청한다면 시장이 왜곡될 것으로 봅니다. 이는 카드업계의 구조조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이상무=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있을 수 없습니다. 시장 원리에 따라 진입하고 퇴출되는 것이지, 정부가 직접 개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지분이 바뀌는 일은 있더라도 경영이 급격히 악화되는 이유로 퇴출되는 일은 적어도 올해에는 일어나지 않을 전망입니다. 경영상의 선택으로 지분을 확대하는 등 자연적인 시장내 인수합병(M&A)와는 차원이 다른 얘기지요. ▲노국장=이런저런 문제는 있지만 정보통신 기술 등의 측면에서 국내 카드산업은 세계적 수준으로 갖춰져 있습니다. 지금 문제시되는 것은 카드사용 관행과 발급관행이 따라가지 못하는 점입니다. 카드사들이 외형확대 위주 전략을 버리고, 경쟁보다 질적인 가격경쟁 통해 위에 서려는 전략을 택한다면 카드산업은 큰 문제 없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상무=무엇보다 카드산업 자체가 성장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카드업계에도 대표 브랜드가 생성되고, 그런 다음에는 국제 진출도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국제적인 브랜드가 된다는 것은 소비자가 찾는다는 얘기인데, 이를 위해선 근본적인 패러다임 의 변화가 필수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신용카드의 주업무를 결제업무로 규정짓는다면 현실적으로 국제화는 어려울 것입니다. 정작 카드업계가 특화할 수 있는 영역은 결제 외 업무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인 셈이지요. 하지만 그런 전략이어야 오히려 대외적으로 내세울 수 있다고 봅니다. 주업무로 결제 기능을 고집하는 한 국제 브랜드 육성은 어려울 것입니다. 또 신용기강이 심하게 해이해진 상태여서, 교육이나 홍보의 중요성이 한층 부각되고 있습니다. 빚을 져도 두 다리 뻗고 자는 것은 물론 안 갚아도 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자리를 잡았는데, 이를 확립하기 위한 정부와 업계의 공동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하겠습니다. ▲박교수= 우선은 카드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합니다. 신용카드사들이 지금같은 고비용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가령 가맹자 확보나 전표 관련 업무 등의 업무는 아웃소싱으로 대체하는 등 획기적인 비용절감책 시행에 나서는 것입니다. 물론 앞서 말씀하신대로 소비자에 대한 신용교육도 물론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는 단계적으로 배워야 할 신용관련 학습 과정이 생략된 채 카드 시장이 급속도로 발전했기 때문에 신용카드에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은 실정입니다. 아울러 소비자와 카드사 쌍방간 정보 비대칭을 해소해야 합니다. 소비자 관련 정보를 카드사들이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다면 그에 따른 수수료 차등화 등 경영 건전화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다 쉽게 업계를 비교함으로써 알맞은 카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카드산업 발전을 위해 내놓은 정책이 오히려 걸림돌 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입니다. 시장은 간섭 최소화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일 수 있습니다. 정부의 자제가 카드산업 발전에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리=신경립기자 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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