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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개구리와 시장개방/유시열 제일은행장(로터리)

일전 어느 TV 방송에서 「황소개구리의 대반격」이란 프로그램이 방영된 적이 있다. 그동안 황소개구리나 블루길, 배스 등 외국어종이 지나치게 번식하여 생태계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 정도는 여러 차례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날 그 프로그램을 시청하고서는 무언가 섬뜩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70년대 농어가 소득증진을 목적으로 일본으로부터 들여온 황소개구리가 왕성한 식욕과 번식력에 힘입어 이제는 우리의 온산하를 점령하고 급기야 생태계 파괴라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것을 경고하는 보도였다.우리가 알고 있는 개구리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큰 몸집에 물뱀, 심지어는 작은 독사까지도 잡아먹을 수 있는 날카로운 이빨을 천연의 무기로 갖춘 이 괴물이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고, 우리 개구리에 비해 수백 배 이상의 알을 한꺼번에 쏟아붓는 장면에는 가히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였다. 엄청난 파괴력을 갖춘 황소개구리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경제의 앞날에 대해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면 지나친 발상의 비약일까. 그러나 금융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진정 마음이 편치 않았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시장개방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고 그동안 우리 경제의 각 부문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대응해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 시장개방이 가속화되고 특히 금융부문의 본격적인 개방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황소개구리의 이야기는 우리 경제인, 금융인 에게 위험의 도래를 암시하고 대비를 촉구하는 경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년말 이후가 되면 정부가 이미 대외적으로 약속한 스케줄상으로도 외국자본이 자유롭게 국내에서 현지법인 형태로 은행을 설립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다 최근 논의가 집중되고 있는 MAI(다자간 투자협정) 협상이 타결되면 외국자본은 자신의 나라에서 하던 영업활동을 아무런 제약 없이 그대로 영위할 수 있게 된다. 황소개구리는 「생태계의 보존」이라는 명분하에 정부 주도로, 혹은 민간환경단체들에 의해 어느 정도는 인위적으로라도 그 지배력을 견제할 수 있고 시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계의 황소개구리는 어느 누구도 활동을 제한할 수 없는, 약육강식의 원칙이 철저히 존중되는 무한경쟁의 장 안으로 들어옴으로써 오직 우리개구리의 체질 강화를 통해서만 더불어 생존할 수 있는 무서운 존재가 될 것임이 분명한 사실이라고 여겨진다. 물론 그동안에도 금융시장 개방에 대비한 논의도 많았고 금융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 금융기관 모두가 노력해왔다. 그렇지만 황소개구리의 점령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제까지의 노력을 배가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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