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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살에 프로그래밍 익힌 마크 저커버그·일곱살부터 과학소설 심취한 빌 게이츠…
떡잎부터 다른 과학교육이 '괴짜'를 '천재'로 만들었다
ICT시대 과학적 상상력 요구… 핵심기술 개발 가능한 지도자 두각
미래 국가경쟁력 과학·수학에 달려 일찍부터 과학 흥미 키워줘야
"지과지기 백전불태(知科知技 百錢不殆·과학기술을 알면 경제(돈)가 위태롭지 않다)."
손자병법에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말이다. 최근의 트렌드를 보면 과학기술을 알면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말로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최근 세계적으로 혁신을 이끄는 경제계 리더는 이공계가 많다. 더욱이 사물인터넷(IoT), 핀테크(Fintech·금융기술 융복합화), 빅데이터 등 미래 신산업도 이공계가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과학기술을 깊이 이해하는 과학기술 전공 리더들이 경제계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 중에는 어린 시절부터 과학기술에 푹 빠져 창의성과 아이디어를 기른 사람들이 많다. 한 마디로 과학기술 교육이 국가경쟁력 확보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우리의 과학기술 교육은 크게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1부에서는 조기 과학기술(수학과 공학 포함) 교육을 통해 성공한 경제 리더들과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을 살펴보고 과학기술 교육의 올바른 대안을 모색하고 2부에서는 학생들이 쉽고 흥미 있게 접할 수 있는 과학기술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하고자 한다.
# 1962년 아버지를 따라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세계 엑스포에서 2m 크기의 로봇을 보고 한눈에 반한 일곱 살짜리 꼬마가 있었다. 매일 엑스포를 찾던 이 꼬마는 부모로부터 "공상과학소설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자랐다. 빌 게이츠라는 이름의 이 아이는 13년 뒤 마이크로소프트(MS)를 설립하고 인터넷을 통해 세상을 바꿔놓았다. 그 자신도 세계적 거부가 됐다.
최근 세계적 리더가 과학기술 전공자에 집중되는 이유는 ICT(정보통신기술)가 세계 기술혁명을 이끄는 가운데 이를 구현할 기술과 실무적인 이해력이 경영자의 필수 요건이 됐기 때문이다.
첨단산업일수록 기술 변화가 빨라 과학적 상상력이 끊임없이 요구되는 데다 제품·서비스의 설계구조와 작동원리를 이해한 사람만이 정확하고 신속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과학 전공자로 산업계의 전설이 된 경영자들 가운데는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과학교육과 자극을 받은 사람이 많다는 점을 강조한다. 과학에 흥미와 재미를 느낀 순간부터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과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자유를 받은 것이 훗날 세계적 리더가 되는 원천이 됐다는 것이다. ICT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제구조가 점차 정보화, 과학기술화되면서 핵심 기술을 개발할 줄 아는 지도자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며 "산업화 시대와 같이 저돌적인 리더십보다는 업무 전문성이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빌 게이츠뿐 아니라 페이스북을 설립한 마크 저커버그의 경우도 고작 9살에 치과의사인 아버지로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웠다. 어릴 때부터 아이가 컴퓨터에 관심을 가지자 부모가 아예 조기교육을 한 셈이다. 저커버그는 11살 때 소프트웨어 전문 개발자로부터 튜터링(가정교습과외)을 받았고, 중학생이 된 뒤 집 근처 대학원에서 컴퓨터 강좌를 들었다.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세운 것은 처음 프로그래밍을 접한 지 겨우 11년만이었다.
만약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하버드대 법대에 들어간 빌 게이츠는 다른 꿈은 꾸지도 못한 채 변호사인 아버지를 따라 사법고시를 보거나 로스쿨을 갔을지 모른다. 저커버그의 부모는 아들이 컴퓨터에 절대 빠지지 못하도록 컴퓨터를 숨기거나 아버지와 같은 치과의사의 길을 강요했을 수도 있다.
세계 산업을 선도하는 다른 리더들도 어린 시절부터 과학기술에 흥미를 불이고 이를 전문적으로 전공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최근 들어서는 거대 글로벌 기업을 창업하거나 경영하는 리더 중에 이공계 전공을 하지 않은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유튜브 설립자인 스티브 첸은 일리노이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구글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도 각각 미시간대와 메릴랜드대에서 컴퓨터공학, 컴퓨터공학 및 수학을 공부했다. 구글 최고경영자(CEO)인 에릭 슈미트와 아마존을 설립한 제프 베저스 회장은 모두 프린스턴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했으며, 애플 CEO인 팀 쿡은 오번대에서 산업공학을 배웠다. 마이클 블룸버그는 존스홉킨스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했다.
수학 전공자들도 빛을 발하고 있다. 빌 게이츠가 하버드대 법대에 입학했다가 프로그래머로서의 꿈을 접지 못해 자퇴 전 수학과로 전과했고, 지난해까지 15년간 MS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스티브 발머 역시 하버드대 수학과를 나왔다.
전문가들은 미래 국가경쟁력을 이끌 리더를 길러내기 위해 학생들이 좀더 일찍부터 과학에 흥미를 갖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수 한국교원대 교수는 "최근 과학기술과 수학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가 저하되고 있다"며 " 미래 국가 경쟁력에 중요한 것은 과학기술의 발달이고,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의 우수 전공자를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세계적 수학자에서 헤지펀드 매니저로 변신, 막대한 부를 거머쥔 제임스 사이먼스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명예회장은 지난해 8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수학만 배워도 금융부터 검색엔진 등 응용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고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사람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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