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된 공정거래법의 계열사 간 거래 규제 대상은 총자산 5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 회사가 특수관계인이 30% 이상(비상장사의 경우 20%)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와 거래하는 경우다. 공정위는 시행령을 통해 금지행위의 유형과 기준, 적용 제외 사유 등을 규정하고 있다.
개정 공정거래법은 특히 기업이 특수관계인이 일정 지분을 보유한 회사와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나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고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개정안이 금지하는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는 시장의 정상 가격과 상당히 차이가 있는 경우를 뜻한다.
이에 대해 전경련은 어느 정도의 가격 차이가 상당히 유리한 조건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기업들이 정상적인 거래를 하면서도 항상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상 거래가격과 7% 이내로 차이가 나는 경우에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지만 이 또한 그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게 전경련의 주장이다.
기업들은 계열사에 기존 사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한 규정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사업기회 제공의 의미가 모호해 정확히 어떤 행위가 사업기회 제공으로 평가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정상적인 경영활동인데도 사회기회의 제공으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사안들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개정안에 따르면 위험도가 매우 높아 회사가 직접 수행하기 어려운 사업을 다른 계열사가 맡아 수행해 결과적으로 성과를 내거나 전문화를 위해 사업부를 분사해 이익을 내는 경우 등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임에도 불구하고 사업기회의 제공으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계열사 간 합작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 회사가 독자적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경우도 사업기회 제공 금지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
합리적 거래상대방 선정 과정이 없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를 금지한 것도 재계가 특히 우려하는 부분이다. 금지 대상이 되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가 어느 정도를 의미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어서다.
더구나 이 조항에 따르면 정상적인 시장 가격에 따른 거래라도 단지 물량이 많다는 이유로 처벌할 수 있다. 아울러 대기업 내에서 이뤄지는 수많은 계열사 간 거래에 대해 공정위가 합리적인 선정 과정을 강제하는 것도 부당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계속적·반복적으로 이뤄지는 거래나 거래액이 경미한 경우에는 경험과 판단에 따른 재량권을 담당자에게 부여해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 기업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상당한 규모의 거래에 대한 적용 제외 사유도 그 폭이 지나치게 좁다는 것이 전경련의 주장이다.
개정안은 상당한 규모의 거래를 금지하면서도 효율성·보안성·긴급성이 요구되는 거래에 한해서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중대한 정보 유출이 우려돼 보안성이 필요한 경우라도 경제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예외를 인정받을 수 없는 등 한계가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에 대한 적용 제외 사유를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열거해 효율성·보안성·긴급성에 따른 정상적인 계열사 간 거래라도 열거한 항목에 해당하지 않으면 예외를 인정받을 수 없어 예외조항으로서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은 "계열사 간 거래 규제를 위한 개정 공정거래법은 향후 법 집행 과정에서 기업의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어 지금도 어려운 경영환경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며 "고시 및 지침 등의 개정 과정에서 경제계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 기업이 안심하고 경기침체 극복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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