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의 원화채권보유잔고(29일 기준) 103조4,232억원에 달한다. 보유잔고는 지난달 사상 처음 100조원을 넘어선 뒤로도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가며 사상 최고치을 경신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의 원화채권 매수세는 통화안전증권(통안채) 등 만기가 짧은 단기물 위주여서 지속적인 순매수에도 불구하고 채권시장의 강세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7월 장외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순매수한 원화채권은 3조6,365억원으로 이 중 통안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87.9%(3조1,958억원)에 이른다. 이 기간 외국인이 사들인 국고채는 3,103억원에 그쳤다.
통안채는 한국은행이 통화량 조절을 위해 발행하는 증권으로 신용위험이 낮고 만기가 비슷한 국고채 단기물에 비해 절대 금리가 높다. 특히 만기가 1~2년으로 상대적으로 짧아 최근 미국의 출구전략과 관련해 금리 변동에 따른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상대적 매력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금리 변동에 따른 리스크는 장기물이 단기물보다 더 크기 때문에 향후 금리 상승이 예상되면 보유한 채권의 가중평균만기(듀레이션)을 축소하는 것이 유리하다. 때문에 외국인들도 통안채 비중을 높여 듀레이션 축소에 나선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단계적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하며 글로벌 금리 변동성이 확대된 이후 외국인의 통안채 매수 비중도 급격히 증가했다. 4월 전체 외국인 원화채권 순매수에서 46.2%를 차지했던 통안채는 5월 80.9%로 늘었고, 6월 67.3%, 7월 87.9%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신동수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원화채권 투자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보유채권의 듀레이션이 축소되는 등 단기물로 집중되고, 국고채의 경우 최근 2주 연속 순매도 하는 등 금리 상승에 대비한 스탠스가 강화되고 있다”며 “글로벌 외환보유고 감소, 원화채권에 투자하는 해외펀드의 자산과 원화채권 투자 비중 축소, 원ㆍ달러 환율 하락 등을 고려할 때 최근 외국인의 원화채권 투자는 단기 재정거래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재정거래란 외국계은행 국내 지점 등이 본점으로부터 낮은 금리로 들여온 달러를 국내 은행에서 원화로 바꾼 뒤 국내 채권 등을 매입하는 것을 말한다. 외국인들이 금리 차와 함께 상대적으로 낮은 원화가치 등에서 차익을 얻을 목적으로 원화 채권에 투자한다는 의미다.
현재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채권시장에 대한 투자가 앞으로 크게 늘어나긴 어려울 전망이다. 신 연구원은 “미국의 경제회복과 연말 자산매입 축소라는 출구전략의 로드맵이 유효해 글로벌 채권형 펀드로의 의미있는 자금유입 증가세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따라서 외국인의 원화채권 투자도 크게 증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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