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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024110)이 기술력이 우수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술금융을 새로운 먹거리로 삼아 도약을 준비한다. 창조경제 활성화라는 정부 정책 기조에 발을 맞추는 한편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금융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목적이다.
기술금융이란 기업이 지닌 기술의 우수성과 시장성을 토대로 자금을 대출해주는 제도다. 우수한 기술을 지니고 있음에도 담보나 신용등급 등이 부족해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돕는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기업은행은 기술금융 선도은행으로서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우선 기술금융 전담조직부터 선도적으로 구축했다. 지난달 기술금융팀을 기술평가팀과 기술사업팀으로 확대 개편했다. 기술금융은 기술에 대한 평가에서부터 출발하는 만큼 전기, 전자, 기계, 자동차 등 현장 경험이 풍부한 기술전문가 6명으로 기술평가팀을 구성했다. 이후 기계, 금속, 화학 등의 분야 전문가 4명도 추가로 채용해 현재 총 10명의 기술평가 전문인력을 운용하고 있다. 전담조직조차 갖추지 못한 여타 은행들과는 차별화된 행보다.
또한 지역별 우수 기술 보유기업을 발굴하기 위해 기업고객 수가 많고 여신규모가 큰 공단형 영업점을 중심으로 '지적재산(IP)·기술금융 거점점포' 20개를 선정해 운영하고 있다.
조직 개편, 전담 영업점 확보 등 외형 개편에만 머물지 않고 내부 대출 시스템도 고쳤다. 기업은행은 올해 2월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대출·투자를 심사할 때 반드시 기술평가를 하도록 의무화했다. 담보 중심의 대출 관행에 변화를 주기 위한 조치다.
기업은행의 이와 같은 선도적인 노력은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은행이 지난 4월 시중은행 최초로 내놓은 'IP사업화자금 대출'의 실적은 7월 말 기준 34개 기업, 213억원으로 집계됐다. 현재 36개 기업에 대한 평가도 진행 중인 만큼 출시 6개월 만에 한도(500억원)가 전부 소진될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다. 이에 기업은행은 하반기에 2차 IP사업화자금 대출에 나설 계획이다. IP사업화자금 대출은 기업이 보유한 특허권을 담보로 자금을 지원해 주는 상품이다.
'중소기업 전문 은행'이라는 정체성을 토대로 전체 실적도 지속적인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어 주가 전망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기업은행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해 2·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5.1% 증가한 3,790억원, 지배주주 순이익이 같은 기간 39.5% 늘어난 2,91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지배주주 순이익 모두 7월 말 시장 컨센서스를 각각 17.8%, 23.9%나 웃돈 깜짝 실적이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소기업 중심의 대출증가세가 견고한 가운데 고금리 회사채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순이자마진(NIM)이 1.96%로 전 분기 대비 0.04%포인트 개선됐다"고 깜짝 실적의 배경을 설명했다. 기업은행의 전체 대출은 연 초 대비 3.3% 성장한 147조원을 기록했다.
실적 개선 흐름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중소기업 부문의 대출증가율이 상승 추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승창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중소기업 부문의 연 초 대비 대출증가율이 최근 5개년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은행의 전체 대출에서 중소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6월 말 기준 77.1%에 이르는 만큼 대출증가율 회복의 수혜 폭이 가장 클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도 여타 은행에 비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중금채 조달 비중이 높아 시중금리가 하락하면 조달금리 역시 빠르게 낮아지기 때문이다. 최민석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3·4분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중금채 평균금리가 2.86%인 반면, 신규 중금채 리파이낸스 금리는 2.5% 후반으로 약 0.3%포인트 이상의 차이가 있어 조달금리 하락이 대출금리 하락을 상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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