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의 연이은 위안화 평가절하에 국내 증시가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쇼크로 원화 환율도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외국인투자가들의 이탈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중국 인민은행의 이틀 연속 위안화 평가절하에 주식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다. 지난 11일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일 대비 1.85%나 낮춘 데 이어 이날에도 1.62% 평가절하하며 위안화 가치를 이틀 새 3.51% 낮췄다.
전일 위안화 평가절하가 일회성 조치라며 시장을 안심시켰던 중국이 다음날 다시 위안화를 낮추자 시장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이러한 불안감은 시장에 즉각 반영됐다. 코스피지수는 장중 1,940선까지 밀렸고 코스닥 역시 심리적 지지선인 700선이 장중에 무너지기도 했다. 중국 소비주들은 11일에 이어 이날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아모레퍼시픽이 6.23%, 오리온 5.58% 각각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1,190원대를 기록하며 3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내자 환차익 부담을 느낀 외국인은 이날 3,000억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저가 매수에 나선 개인과 기관의 움직임에 코스피지수는 일정 부분 낙폭을 줄이며 장을 마쳤지만 원화약세로 인한 외국인들의 국내 증시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위안화의 추가 절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시장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졌다"며 "위안화 가치가 갈수록 떨어질 경우 국내 기업의 수출 가격 경쟁력 약화와 중국 내 구매력 감소 영향으로 증시 조정 압력이 강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위안화 절하로 이머징 시장 전체 환율이 떨어지면서 외국인 수급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며 "하단 지지선을 확인할 때까지 2,000선 부근에서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이 아님에도 원화 환율이 위기 수준에 근접해 있고 국내 기업들의 주가도 이미 저평가된 상태여서 추가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윤남 대신증권 센터장은 "현재 원·달러 환율 수준은 2013년 버냉키 쇼크나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준"이라며 "현재 상황은 과거와 같은 위기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폭락세는 진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주가 수준도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인 주가순자산비율(PBR) 0.87배에 근접한 0.91배 수준까지 도달해 있어 추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김 연구원은 "추가 하락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섣부른 투매보다 보유를, 관망보다는 옥석 가리기를 통한 중장기 관점의 매수전략이 타당한 시점"이라며 "원화 약세 수혜주인 패션 주문자상표부착(OEM) 업종과 환율에 한 발 떨어져 있는 보험과 방위산업, 또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배당 및 지배구조 개편 등 주주친화적 재무정책 변화 수혜주 등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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