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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싱크탱크 한경연보고서] '자발개혁' 강조 눈길
입력1999-07-11 00:00:00
수정
1999.07.11 00:00:00
손동영 기자
재벌들의 싱크탱크로 이익창출 대변자로 인식받아온 한국경제연구원이 「포스트 재벌시대」를 거론해 화제다.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기관인 한경연은 11일 내놓은 「향후 대기업 환경변화와 대응과제」보고서에서 21세기 한국 재벌들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총수에 의한 선단식 경영, 차입경영으로 상징되던 재벌체제가 이제 존립기반마저 위협받고있다는 현실진단 아래 재무구조, 사업구조, 지배구조 등과 관련된 19계명을 제시했다. 한경연 관계자는 『이번 보고서는 재벌체제를 이끌고있는총수들에게 직접 전달될 것』이라며 『그들에게 새로운 현실인식을 심어주기 바란다』고 기대했다.
◇한경연의 현실진단 = 한경연은 재벌개혁을 목표로 진행되는 정부의 각종 조치들과 시장의 경쟁압력, 이해관계자들의 사회적 요구등을 현실로 인정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지금은 개혁을 압박하는 정부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있지만 앞으로 그 보다는 시장의 압력을 무서워하고 스스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있다.
한경연은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이후 본격화하고 있는 금융및 자본시장의 기업 감시 소액주주와 외국인투자가의 경영투명성에 대한 요구 정부의 대기업 감시 수입선 다변화 해제이후 국내외 기업간 경쟁격화 등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의 선단식·그룹식 경영은 설 땅이 없다고 보았다. 그룹경영에 따른 이익보다 비용이 더 커지고있으며 그럴 바엔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더 값지다고 조언했다.
◇그룹 재무구조 개선 원칙 = 한경연은 우선 재계가 그토록 반발해온 부채비율 200% 축소를 현실로 인정하고 기준달성에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했다. 부채비율 200%는 이미 한국의 구조조정을 상징하는 기준이 돼버렸으니 일단 달성하면 신인도가 크게 향상된다고 조언했다.
또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구조 개선을 연계하라고 주장했다. 현재의 사업구조를 포기하지 않으면 재무구조 개선은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부채보다 자기자본을 중시하라고도 지적했다. 증시를 이용해 지속적으로 부채의 자본화에 노력하라고 당부했다. 그룹의 시스템 리스크를 낮추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했다. 상호출자나 대출, 보증등을 축소, 독립소그룹 체제로 이행하라는 뜻이다.
한경연은 새로운 시대에 계열사 지원은 최후의 수단이라고 정의했다. 부실계열사에 대한 시장금리 대출도 부당지원으로 간주되는 시대다. 소액주주 소송에 빌미를 주지말라고 충고했다.
「경영권도 양도한다는 적극적 자세로 협상하라」거라 「임금과 조달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경영의 거품을 제거하는 노력을 지속하라」고 권했다. 또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은 보약이 될 수 있으니 경영권 유지보다 회사의 갱생을 우선하라고 충고하기도했다.
◇사업구조 개선 과제 = 한경연은 기존 사업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라, 창조적 파괴없이 개혁에 성공할 수 없다, 핵심사업에 집중하라는 등의 조언을 하고있다. 실제로 5대 그룹 구조조정으로 계열사 숫자는 크게 줄었지만 실제 사업 다각화정도가 개선될 지는 미지수라고 일침을 놓았다. 한경연은 전통적 산업분류에 의한 연관산업이 아니라 전략적 시너지효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주력산업군으로 재편하라고 조언했다.
또 「과잉다각화가 문제이듯 극단적인 전문화 구조도 비효율적」이라고 진단한 한경연은 일단 선택한 사업이 충분히 가치를 창출한다는 사실을 증명해야만 기업 내외부의 각종 우려를 잠재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구조조정 협상과 관련, 기업매각이나 인수후 종업원반발등 충격이 적은 거래선과 우선 협상하라며 유럽투자자들을 추천했다.
◇지배구조 개선 과제 = 한경연은 『실패 경영진을 퇴진시키고 구조조정을 주도할 신진 경영진을 보강하라』고 조언했다. 현행 재벌체제에서 실패경영진의 퇴진을 거론한게 이색적이다.
또 구조조정 기간일수록 그룹차원의 전략적 통제가 더 절실해진다고 진단하고 구조조정본부의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전문경영인을 적극 영입하고 사외이사를 실질적으로 활용토록 했다. 주주중시 경영도 강조했다.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한 거래는 향후 그룹이미지에 심각한 손상을 준다며 정부의 제재나 집단소송을 염두에 두라고 충고했다.
기업정보의 공시와 투명경영도 지적했다. 외국투자자들은 불투명한 수익률보다 기업지배구조의 건전성을 중시한다고 덧붙였다.
한경연은 2000년이후 중간 지주회사를 활용, 전자소그룹, 자동차 소그룹등 주력사업별로 그룹을 분리 통할하는 방안을 모색하라고 권했다. 지주회사는 그룹 확장도구가 아니라 지배구조를 합리적으로 재편하는 수단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손동영 기자 SON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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