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에서 'J커브 효과'는 환율변동과 무역수지의 관계를 나타낸다. 환율이 오르면 초기에는 무역수지가 다소 약화되다가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 개선된다. 수출가격이 수출 물량에 영향을 미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 곡선이 알파벳 J를 닮았다.
일본 수출기업들이 엔화약세를 타고 글로벌 시장에서 기지개를 켜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에 'J커브의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 우리로서는 일종의 '역 J커브 현상'인 셈이다.
그간 엔저현상은 여러 부작용이 나타났지만 수출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달 들어 하루 평균 수출액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된 데 이어 한국은행도 "2ㆍ4분기부터 엔저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수출업계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지난달 경상수지는 49억8,000만달러로 전월(27억1,000만달러)보다 확대됐다. 지난해 2월부터 14개월 연속 흑자이고 1ㆍ4분기로 보면 100억2,000만달러 흑자로 올해 예상치인 330억달러의 3분의1에 가까운 좋은 성적이다. 김영배 경제통계국장은 "4월은 1ㆍ4분기 평균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달 수출은 479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 늘었지만 수입은 437억8,000만달러로 1.5% 줄면서 상품수지 흑자규모는 42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비교적 양호한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엔화약세의 영향권에 바짝 다가섰다는 불안감은 오히려 고조되고 있다. 김 국장은 "엔저가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됐다고 하면 2ㆍ4분기부터는 본격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2ㆍ4분기와 3ㆍ4분기에 엔저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 11일 수정경제전망에서 엔화약세에 다른 수출업체의 가격경쟁력이 7개월 뒤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예상했다. 즉 'J커브 효과'에 따라 오는 2ㆍ4분기부터 일본기업은 수출이 점점 늘어나는 반면 우리 기업은 점점 쪼그라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기획재정부도 엔화약세로 인해 이달 들어 25일까지 하루 평균 수출액이 6개월 만에 처음 감소세(전년 대비)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또 원ㆍ엔 환율이 10% 하락한 분기 이후 두 번째 분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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