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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철강업계를 대표하는 국민기업 포스코의 주력사업은 단연 철강 생산이다. 포스코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면은 철광석을 녹여 만든 시뻘건 쇳물이다. 쇳물은 굳어 두꺼운 반제품이 되고 다시 열연·냉연 코일로 탈바꿈한 뒤 조선업에 쓰는 후판이나 자동차용 강판으로 팔려나간다. 그러나 포스코가 이런 전통적인 철강업체에서 점차 기술 판매 업체로 진화하고 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도 지난 2월과 7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설명회(IR)에 나와 "포스코는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유기술을 판매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기술을 전수하고 사용료를 받는 철강계의 '퀄컴'이 되겠다는 포부다.
실제 포스코의 기술 판매 전략은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포스코만의 고유기술인 파이넥스(FINEX) 공법은 수백 년 이상 이어온 용광로를 대체할 포스코 고유의 제철공법으로 원료의 예비처리 과정 없이 자연 상태의 가루철광석과 유연탄을 사용해 철을 만드는 혁신 기술이다. 원료를 예비처리하는 소결공장과 코크스공장을 생략하고 값싼 가루 형태의 철광석과 유연탄을 원료로 바로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 용광로 대비 투자비와 생산원가를 절감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 용광로 대비 황산화물(SOx)과 질소산화물(NOx)은 각각 40%와 15% 수준에 불과하고 비산먼지도 71% 수준으로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 문제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친환경 기술이기도 하다.
세계 각국은 파이넥스 기술 도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 국영기업인 충칭강철과는 2013년 9월 연산 300만 톤 규모(150만톤 2기)의 쇳물을 생산할 수 있는 파이넥스 공장을 짓기로 합작협약(MOA)를 체결한 데 이어 지난 5월말에는 중국정부의 비준을 취득했다. 지난해 6월에는 인도의 메스코스틸과 데모플랜트 파이넥스 1공장의 이설판매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외에도 현재 인도, 베트남, 중동 등이 파이넥스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고속 주조를 통해 작은 동력으로도 기존 대비 얇고 고장력인 철강제품의 생산이 가능한 압축연속주조 압연설비(CEM) 기술도 각광받는 신기술이다. 쇳물을 굳히는 연주공정과 철강재를 얇게 펴는 압연공정을 하나로 통합해 에너지 사용량을 종전의 30~40% 수준으로 줄이면서도 얇고 고장력인 열연코일을 생산할 수 있다. 지난달 초 독일 SMS사와 기술라이선스와 공동마케팅 본계약을 체결해 수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포스코는 파이넥스 잠재고객군과 MOU를 체결하고 지역별 설계 최적화와 기술협력 파트너사와 공동 마케팅 실시 등을 통해 기술 기반 플랫폼 사업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포스코는 니켈과 리튬 등 고기능 신소재 육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리튬은 포스코가 2010년 염수리튬의 고효율 추출법(리튬 직접 추출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2013년 칠레에 파일럿플랜트를 구축해 리튬추출 시연에 성공했다. 평균 12개월에서 18개월가량 소요되는 기존 자연증발식 리튬추출법과 달리 포스코는 화학반응을 이용, 최단 8시간에서 길어도 1개월 내 고순도의 리튬을 생산할 수 있다. 리튬 회수율 역시 기존 자연증발방식의 20%에서 80% 이상으로 높아 우수한 경제성을 자랑한다.
지난해 12월 19일에는 아르헨티나 북부 후후이주 카우차리 염호 인근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리튬 직접 추출기술 대용량 실증 플랜트의 준공식을 열었다.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리튬 직접 추출기술이 적용된 대용량 실증플랜트는 탄산리튬 연 200톤 생산이 가능하다. 지난 8월 플랜트 설비가 한국에서 출발한 뒤 약 4개월의 운송 및 건설 기간을 거쳐 완성됐으며, 이후 정상 가동을 통해 리튬 직접 추출기술의 최종 검증을 완료할 계획이다.
또 다른 원천소재 관련 신사업인 니켈 관련해서는 니켈융복합제련 고유기술의 단계별 상업화를 계획 중이다. 포스코는 2004년부터 기술개발에 착수해 지난해 6월 파일럿플랜트 2공장으로 기술 검증을 완료했다. 광양에 시범 단지를 운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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