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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겉핥기식 코스닥 대책
입력2002-10-22 00:00:00
수정
2002.10.22 00:00:00
"코스닥 대책은 수박 겉만 핥았네요. 코스닥에 대한 불신과 연이은 부도사태는 부도덕한 최대주주와 연관된 머니게임 때문입니다. 부당한 돈의 흐름을 막고 처벌을 강화해야 합니다." 코스닥위원회와 금융감독원ㆍ재정경제부가 고심 끝에 내놓은 코스닥시장 안정화 처방에 대해 기업합병(M&A) 전문가들은 '사후약방문'과 '수박 겉핥기'라는 두 단어로 평가했다. 한 M&A회사 대표는 "꼭 곪아 터지고 피를 보고 죽어야 아팠다는 걸 아는 건 아니다"며 "시장 관리자가 시장에 대한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고 못하고 항상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끌려다니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고 아쉬워했다. 또 이번 대책을 보면 관리자들이 시장의 환부가 어디인지 알면서도 왜 아프고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는 모르고 일단 아픈 부분 여기저기에 반창고만 갖다붙이는 응급처치만 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최대주주와의 금전거래 공시일을 당일로 강화한 것은 해당 기업의 주가하락과 부도ㆍ퇴출시기를 앞당기는 것에 불과해 소액 투자자들의 피해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코스닥기업 대표는 "기업을 경영하면서 회사 돈을 안 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자본금의 200%, 500%를 넘는 대규모 자금을 마구 갖다 쓰는 것은 곧 문제가 터진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라며 "자본금의 10~20% 수준에서 대여금을 제한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약매매를 금지하고 위반하면 보호 예수 기간을 1년간 연장하는 것도 예약매매가 일어나는 이유를 모른 채 제시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한 M&A 전문가는 "심스밸리가 예약매매로 텔넷아이티를 인수한 것은 회사 내부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이지 시세차익을 노린 것이 아니었다"며 "연이은 부도를 초래하는 최대주주 가지급금ㆍ예약매매 등은 모두 회사 돈을 빼먹는다는 게 본질적인 문제인데 이를 막기 위한 대책은 어디에도 없다"고 꼬집었다. 곪고 있는 포괄적 주식교환이나 비상장기업 출자 등에 대한 대책이 빠진 것도 이번 대책의 한계를 노출시켰다고 덧붙였다. 오는 11월 중순 증권연구원의 용역결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퇴출기준을 제시한다고 한다. 후속대책이 대증요법이 아닌 정확한 진단과 대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우승호<증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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