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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개악 안된다(사설)

여야는 통합선거법(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중 연좌제를 폐지하고 선거사범 공소시효를 현행 6개월에서 4개월로 단축시키기로 합의했다. 이같은 법개정에 제도개선이라는 명분을 내건 것은 한마디로 가관이다. 이는 누가 보아도 명백한 제도개악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런 내용을 가지고 협상하면서 예산안심의와 연계 운운 했다는 것은 국민을 우롱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이 법은 지난 94년 「선거개혁의 시금석」이라는 자찬 속에 여야합의로 만들어졌다. 이른바 연좌제는 선거사무장이나 회계책임자가 금품제공혐의로 징역형을 받으면 의원직 당선을 무효로 하는 내용이다. 입법취지는 돈선거를 막아보자는 것이다. 4·11총선에서 선관위가 비용초과로 수사의뢰 또는 고발한 당선자 20명중 11명이 연좌제에 걸렸다. 이들은 모두 실수로 장부정리를 잘못했다고 주장했고 검찰의 불기소로 유야무야됐다. 대다수 의원들은 법정선거비의 몇배를 쓰고도 장부정리를 말끔히 해 선관위조사를 빠져나갈수 있었다. 사법당국에 애초부터 법 실천의지가 있었는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이명박 의원이 검찰에 기소된 상태지만 이는 선관위가 적발한 사건이 아니라 비서의 폭로에 의한 것이다. 이처럼 법의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음에도 이마저 없애겠다는 것은 공명선거를 포기하겠다는 의사표시에 다름 아니다. 의원들 사이에선 정치는 현실이기 때문에 법정선거비만 가지고 선거를 할 수 있느냐는 불만이 있을 것이다. 『지난번 총선에서 법정선거비만 쓰고 당선된 의원이 과연 얼마나 있겠느냐』는 어느 의원의 고백은 자포자기적인 의미는 아니었을 것이다. 오히려 현실적으로는 어려울망정 돈 안드는 선거를 지향해야 하는 것이 국회의 의무임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공소시효를 단축한 것은 더욱 한심하다. 국민들의 법감정은 선거사범에 대한 공소시효를 6개월이 아니라 4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국회의원이 선거운동을 포함한 의정활동에 대해 임기중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성호 의원의 경우 부인이 안경사협회로부터 받은 1억5천만원을 선거비로 쓴 것으로 드러났음에도 공소시효가 지나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게 된 것에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해 사회 각 분야가 선진국수준으로 제도개혁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국회가 이처럼 시대역행적이고 집단이기주의적인 행태에 빠져 있는다면 한국의 선진화는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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