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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도시를 바꾸자] 1-3. 난개발로 국토 멍든다

지난 92년 문민정부 출범과 더불어 불어 닥친 신자유주의 바람은 국토개발압력을 높이며 각종 규제장치를 풀게 했다. 주택공급확대와 산업용지조성을 위해 가용토지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고 이로 인해 준농림지제도 도입과 그린벨트해제가 잇따랐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 국토는 심각한 난개발 후유증을 앓고 있다. 무계획적인 주택건립 등으로 인해 기반시설 부족과 환경파괴, 교통체증 등의 부작용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난개발이 단순한 수도권 문제만이 아니라 수도권 이외의 지방도시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면서 전국토가 멍들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또 이 같은 난개발이 정부의 억제정책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앞으로 5년 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특히 난개발을 정상적인 도시기능을 갖춘 상태로 되돌릴 경우 기반시설 확충 등에 따른 엄청난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난개발 후유증 최소 5년 이상 계속된다 = 수도권 남부의 대표적 난개발 지역인 용인시만 해도 90년 18만7,977명이던 인구가 지난해말 현재 52만9,300명으로 급증했다. 신도시 버금가는 주거지역으로 꼽힐 만큼 울창한 삼림과 서울 근접성을 갖췄던 이 곳은 지난 7~8년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녹지ㆍ도로ㆍ학교 부족 등의 중병을 앓고 있다. 수도권 북부도 사정은 마찬가지. 기름진 논이 즐비했던 김포 평야는 아무런 기반시설도 갖추지 못한 채 아파트와 공장들에 의해 점차 잠식당하고 있다. 지난 93년부터 98년까지 김포지역 준농림지에서만 2만4,375가구의 아파트가 건설됐고, 지난 5년 동안 중ㆍ소형 공장도 매년 200여 개가 건립, 지난해말 현재 공장이 2,0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김포를 지나 서울로 가는 국도48호선의 하루 평균 교통량은 8만5,000대를 넘어섰다. 이는 해당 도로의 적정 교통량인 하루평균 4만대를 2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이 같은 현상은 광주ㆍ남양주시 등 수도권은 물론, 경산ㆍ경주ㆍ천안ㆍ춘천시 등 지방 대도시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건설교통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94년부터 98년까지 준농림지에 건설된 공동주택은 442건 25만 여 가구에 이른다. 이후에도 아파트와 공장 건립이 지속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준농림지역의 아파트는 30만가구, 각종 공장도 3만여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난개발 후유증이 향후 5년 이상 계속 될 것이란 점이다. 올해부터 토지이용기준을 강화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고, 지방자치단체들도 `선계획-후개발` 방침을 내놓고 있지만 건설업체들이 이미 예전에 아파트 용지로 확보해 놓은 준농림지가 상당량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준농림지는 경기지역에 40여만평이 산재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용인만 해도 이 같은 미집행 주택건립사업이 착공될 경우 향후 10년 내에 인구가 8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용인지역의 한 중소건설업체 임원은 “3년 전에 구성면에 500여 가구 규모의 아파트 건립용지를 매입해 각종 허가 등을 얻었지만 분양시장침체로 공급시기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계획된 난개발(?)도 심각 = 난개발은 준농림 등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는 게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선계획 방식으로 시행되는 택지개발사업에서도 난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100만㎡(약30만2,500평) 미만 규모로 개발되는 소규모 택지개발사업의 난립이 그러하다. 100만㎡미만의 택지개발지구는 도로와 상ㆍ하수도 등 광역기반시설을 확보하지 않아도 돼 교통난 등 부작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택지개발지구의 평균 면적은 33만평에 불과하다. 지난 80년 택지개발촉진법이 제정된 이후 2000년 1월까지 지정된 경기지역 택지개발사업지구가 126곳으로 96만7,972가구의 주택을 수용하게 된다. 이중 상당수가 기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미니 택지개발지구로 분석되고 있다. 용인 수지2지구의 경우 100만㎡에서 4만㎡가 모자라는 96만㎡로 개발됐고, 남양주 평내지구와 의정부 송산, 수원 천천지구 등도 80여만㎡ 규모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지난해 10월 소규모 택지개발사업을 지양하면서 수도권을 6개 광역권역으로 특화 개발해 자족성과 교통난을 막겠다는 계획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장기간의 계획수립기간과 많은 예산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당장의 난개발을 막을 수 없다는 게 도시계획전문가들의 평가다. <한운식기자 woolse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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