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벤처 새 패러다임 열자/2부]양에서 질로
입력2001-11-15 00:00:00
수정
2001.11.15 00:00:00
투자제한 족쇄 풀고 '무늬만 벤처' 솎아내야지난 1월 정부는 중소기업의 IT화를 촉진하기 위해 오는 2003년까지 3만개의 중소기업을 IT화 기업으로 변화시키겠다고 밝혔다. 2002년까지 1만개 기업을 IT화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한 지 불과 1년 만의 일이다.
지난해 1월에는 벤처기업을 4만개나 육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올 10월 말 현재 벤처기업수는 약 1만1,000개 수준.
98년 8월부터 벤처기업확인제도가 실시된 점을 감안하면 3년2개월 만에 달성한 수치다. 이것도 99년 말부터 폭발적으로 일어난 '벤처 붐'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이것을 감안하지 않고 비슷한 시한 내에 벤처기업수를 기존의 4배로 끌어올리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금 벤처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한국의 벤처정책은 양적 성장을 기반으로 한 성장전략을 기초로 하고 있다.
창업투자회사의 투자비율, 연구개발 비중 등 4개 조건 중 하나만 충족시키면 벤처기업으로 '공인'해주는 '택일주의'적인 벤처기업확인제도가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다.
초창기 이러한 벤처정책은 침체에 있던 우리 경제에 활력을 제공한 것이 사실이다. 부도 대비 창업배수가 12배가 넘었고 잠재기술을 산업전선으로 이끌어낸 것은 확실한 성과라 할 수 있다.
양적인 성장이 있으면 그에 따르는 질적인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벤처정책은 계속 양산만을 고집하고 있다.
지역의 균형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지방 벤처의 수는 늘고 있지만 상당수가 농수산물ㆍ지역특산물 등의 가공 개발에 치중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교수ㆍ연구원들의 이탈로 기술적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연구소와 대학도 제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
"전기전자ㆍ전산ㆍ생명공학 등 기업의 수요가 있는 곳으로만 연구원들이 몰리고 있다. 물리ㆍ화학 등 기초 분야는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기초가 튼튼한 기술이 나올 수 있겠는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만난 한 연구원의 하소연이다.
그 결과 코스닥시장은 포화상태에서 급락의 길을 걸었고 벤처를 위한 '풀'은 고갈되다 시피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제도 개선를 통한 질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알카텔의 김윤종 사장이 "한국의 벤처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벤처캐피털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록업제도ㆍ투자제한제도 같은 규제장치는 벤처의 발전을 저해할 뿐"이라고 지적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중소기업특별위원회의 조영삼 박사는 정책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도 벤처확인제도를 바꿔야 한다. 지금과 같은 '택일주의'는 사이비만을 양산할 뿐이다.
더 이상의 문제를 막기 위해서라도 '병행주의'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의 균형발전도 벤처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선택과 집중의 논리를 통한 생존만이 경쟁력 있는 벤처를 육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벤처는 집중이 필요한 곳이다. 경쟁력 있는 곳만이 살아남는다는 경제논리가 철저히 관철되는 것이 바로 벤처다. 여기서 균형이란 존재할 수 없다. 이것은 정치논리일 따름이다." 양질 전환의 물리법칙은 자연현상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 벤처 컨설팅회사인 김명윤 에이투지벤처 사장의 설명이다.
인프라 구축도 시급한 문제다. 특히 기업들이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 현재 개발 중인 것은 무엇이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벤처도서관' 같은 기반시설의 구축은 2년 전부터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임에도 아직까지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
정책만 개선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할 수는 없다. 경제주체들의 적극적인 역할도 필요하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최근 볼 수 있는 특징 중 하나가 벤처캐피털의 인큐베이팅 활동.
쓸 만한 기술을 미리 확보해 이를 기업화시키는 이 제도는 '입도선매'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기술개발부터 사업화, IPO 진출까지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이러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벤처캐피털이 이러한 역할을 할 때 벤처는 경제의 새로운 피로 수혈될 수 있을 것이다.
송영규기자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