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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기대치 낮춰야 할때

2분기 전기比 성장률 둔화… 경기 침체기 대비할 시점 지난 8월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ㆍ4분기 경제성장률은 한국경제의 안정성과 성장성을 세계에 알린 일종의 성명서라고 할 수 있다. 미국경제가 2분기 1.1%의 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일본마저도 0.5%의 성장에 그치는 등 세계경제 전반적인 불황에도 불구하고 6.3%라는 한국의 2ㆍ4분기 경제성장률은 경이적인 것이라고 평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한국경제에는 불안한 요인이 없는 것일까. 먼저 2ㆍ4분기 성장률의 내역을 따져보면 내수부문과 수출부문이 균형적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수출이 전년 동기대비 11.8% 증가했고 내수도 7.2% 성장했다. 성장의 엔진이 내수에서 수출로 이동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상세 내역을 따져봐도 성장의 내용은 아주 견실한데 최근 부동산경기의 거품 논란이 빚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설투자 증가율은 4.1%로 크게 둔화돼 경제전반에 큰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을 결정하는 설비투자 역시 7.4% 증가해 성장의 질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외형상의 지표만으로 보면 한국경제는 아무런 어려움 없이 원활한 성장궤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올 2ㆍ4분기의 비교대상이 된 시점인 지난해 2ㆍ4분기에는 한국경제가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는 점이다. 지난해 2ㆍ4분기 경제성장률은 2.9%에 불과했고, 3ㆍ4분기 성장률 역시 1.9%에 그쳤다. 결국 가장 어려웠을 때와 현재의 상황을 단순 비교해서 성장률이 높아졌다고 자화자찬하는 것은 현재 한국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외면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잔치상을 받아놓고 이렇게 불안해 하는 이유는 2001년과 현재를 비교하는 '전년동기 대비' 성장률과 달리 직전 분기(2002년 1ㆍ4분기)와 비교한 성장률의 내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ㆍ4분기의 전분기(2001년 4ㆍ4분기)대비 성장률은 1.9%로 만일 이 속도대로 1년을 성장한다면 올해 성장률은 무려 7.8%에 달하는 아주 높은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지난 2ㆍ4분기의 전기대비(1분기 대비) 성장률은 1.4%로 둔화돼 성장 탄력성이 크게 떨어졌다. 뿐만 아니라 성장의 내용 측면에서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앞서 설비투자의 증가율이 상승했다고 이야기했지만 그것은 2001년에 비교했을 때 나아졌다는 의미일 뿐 올 1ㆍ4분기에 비해서는 0.2% 성장하는데 그쳤다. 만일 이 속도대로 앞으로 1년을 이어간다면 설비투자의 증가율은 0.8%에 그친다는 이야기다. 과거의 경험을 살펴보더라도 전년 동기대비 성장률보다는 전기비 성장률이 훨씬 경제예측에 도움되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즉 전년 동기대비 성장률은 '현재'의 경제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라면 전기비 성장률은 이보다 앞서 경제의 미묘한 변화를 포착해주는 지표인 것이다. 지난 외환위기 당시 경기의 저점은 98년 3ㆍ4분기에 나타났지만 전기비 성장률의 저점은 98년 1ㆍ4분기에 나타나 경제의 추세전환이 다가오고 있음을 일찍부터 예고했다. 지난 2000년의 경기 정점 역시 마찬가지다. 전년동기대비 성장률로서는 경기의 정점이 언제였는지 확인하기 어렵지만 전기비 성장률로 살펴보면 이미 2000년 4ㆍ4분기부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전년동기대비 성장률을 포기하고 전기비 성장률을 채택하는 데에는 예측의 신뢰성 및 선행에서 전기비 성장률이 장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비 성장률은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약점을 지니고 있지만, 경제의 현실을 상대적으로 정확하게 보여주는 만큼 지난 2ㆍ4분기의 전기비 성장률 둔화현상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한국경제가 이미 경기의 '정점'을 통과했는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그렇지만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경기선행지수의 하락에서 보듯 미국경제의 이중침체에 대한 우려는 이미 한국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현 시점은 경기침체기에 대한 대비를 시작해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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