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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일요 의무휴업 2년] 규제가 능사 아냐… 특화모델 발굴 '찾고 싶은 시장' 거듭나야

■ 의무휴업 해법 없나



마트 출점·영업 제한에도 소비자들 전통시장 발길 뚝

단순한 외부시설 개선 아닌 IT접목 '편리한 장보기' 우선

앱 만들어 모바일족 공략하고 카드 결제 비율 적극 높여야

상인들 서비스교육도 강화를


서울 용산에 사는 맞벌이 주부 조민정(39)씨는 토요일 저녁을 먹고 나면 남편과 초등학생 딸을 데리고 집 근처 대형마트로 장을 보러 나선다. 조씨는 "마트가 일요일에 문을 닫기 시작한 후 우리 가족에게 '일요일은 장 안 보는 날'이 됐다"며 "휴무일과 영업일을 일일이 확인하기 귀찮아 일요일에는 그냥 장을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마트 휴무일에 전통시장으로 장을 보러 간 적도 한 번도 없다. 조씨는 "집 근처에 편하게 다닐 만한 전통시장이 없다"며 "행여 토요일에 장을 보지 못하면 일요일에는 대충 끼니를 때우고 월요일에 모바일로 주문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2년 전부터 대형마트들이 격주로 일요일에 문을 닫고 있지만 규제 도입 당시의 기대와 달리 전통시장은 반사이익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 마트 장보기에 익숙한 젊은 소비자들에게 전통시장은 여전히 불편하고 익숙하지 않은 곳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전경련이 내놓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효과 소비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64.3%가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을 찾지 않았다고 답했다. 전통시장을 찾지 않는 이유로는 '카드 결제 어려움(55.2%·이하 중복응답)'이 1위로 꼽혔고 이어 주차문제(43.9%), 교환 및 환불의 어려움(37.1%), 원산지 표시 상태 불량(23.6%), 점원의 불친절(16.3%)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대형마트에 대한 강력한 영업규제에도 소비자가 전통시장을 찾지 않으면서 시장 수 감소세 역시 계속되고 있다. 시장경영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05년 1,660개였던 전국 전통시장은 2010년 1,517개로 줄어들었고 2013년에는 1,502개까지 감소했다. 시장 크기별로 영업점포 수가 1,000개가 넘는 대형시장은 22곳에 불과하고 영업점포 수 100개 미만인 영세 소형시장이 999개로 전체의 66.5%를 차지한다.



정부가 2002년 이후 전통시장 살리기에 국비 2조원, 지방비 1조1,000억원 등 총 3조5,000억원을 쏟아부은 것도 모자라 대형마트 출점 및 영업제한이라는 강도 높은 규제 카드까지 꺼내 들었지만 전통시장은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단순한 시장의 하드웨어 개선이나 대형마트 규제를 통해 전통시장을 살릴 게 아니라 전통시장에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영업 방식을 접목하고 시장 문화 역시 소비자 맞춤형으로 개선하는 쪽으로 전통시장 지원 전략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중곡제일골목시장은 전통시장 혁신의 성공 모델로 꼽힌다. 중곡제일골목시장에는 비나 눈이 와도 편하게 장을 볼 수 있도록 아케이드가 설치돼 있고 중심 통로를 따라 양쪽으로 곱창집과 떡집·과일가게·정육점 등이 사이좋게 손님을 맞는다. 시장에서 파는 건어물이나 곡류에는 원산지가 꼼꼼하게 표시돼 있다. 자가용으로 장을 보러 오는 소비자들도 있다. 50대 규모의 주차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설 현대화 사업을 마친 전통시장의 바람직한 모습이다.

하지만 중곡제일골목시장의 진정한 차별성은 외관이 아니라 시장 운영 방식에 있다. 재래시장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전통과 미래의 결합을 이뤄낸 것. 중곡제일골목시장은 시장 자체 상품권 발행·유통뿐만 아니라 홈페이지를 통해 당일 장보기 서비스를 하고 있고 최근에는 모바일족 공략을 위해 시장 자체 애플리케이션까지 만들었다. 2월 박근혜 대통령이 명절 민생 점검 차원에서 중곡제일골목시장을 찾았던 이유 또한 이곳이 가장 성공적인 혁신 사례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중곡제일골목시장은 시장 안에 있던 이마트에브리데이와 판매 품목을 협의해 조정하는 등 대기업과의 상생방안 마련에서도 주목 받는 행보를 보였다. 이마트 관계자는 "시장 내 이마트에브리데이에서 상인들이 취급하는 과일·채소 등 신선식품을 빼고 대신 시장에 부족한 상품인 생활용품·애견용품 등을 늘렸다"며 "예전에 비해 상인들과 더 우호적으로 지내게 됐다"고 말했다. 즉 마트 영업을 막아 시장의 활기를 되찾은 게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시장 자체를 적극적으로 바꿔 생존 돌파구를 찾아낸 것이다.

대형마트의 한 관계자는 "전통시장 침체의 주범으로 대형마트를 꼽는데 전통시장 자체적으로 소비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차별성과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부분도 분명 있다"며 "상생 차원에서 전통시장 상인에 대한 서비스 교육이나 시설 개선 지원 등을 진행하고 있는데 정부나 지자체도 대형마트에 떠맡길 게 아니라 전통시장 경쟁력 강화책을 더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형마트 규제는 당초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실효성은 잃고 '규제를 위한 규제'가 된 지 오래"라며 "정치권 역시 대의명분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 편익을 위해 과연 무엇이 필요한지 뒤돌아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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