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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 나의 인생/나춘호 예림당회장] 81ㆍ끝,인생의 참된 의미
입력2003-10-19 00:00:00
수정
2003.10.19 00:00:00
최수문 기자
서울경제신문에 `나의 일 나의 인생`을 연재한지도 어느새 7개월이 됐다. 기왕에 시작한 일이니 내 삶을 허심탄회하게 기록하자고 다짐했지만 지나고 보니 내심 아쉬움이 남는다. 나는 살아오면서 삶이 행복하다거나 불행하다는 의식을 가져 본 적이 없다. 내 앞에는 늘 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었고 일에 매어 바쁘다 보니 행복이니 불행이니 하는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문득 젊었을 때 기억해 둔 프랑스의 사상가 라로시푸코의 말 `인생이란 그렇게 행복한 것도 불행한 것도 아니다`는 한 마디가 내 삶의 행불행을 대변하는 듯하다. 출판과 인연을 맺은 지 35년, 내 손으로 직접 출판을 시작한지도 30년이 됐다. 그 동안 한눈 팔지 않고 아동 단행본 출판에만 매달려 왔으니 일업일생(一業一生)을 살아온 셈이다.
가까이 지내는 분들은 나더러 성공적인 인생을 살았다고 말한다. 맨주먹 이다시피 시작한 예림당이 아동도서 전문출판사로 튼실히 자리를 잡았고 나 개인은 출판문화협회 회장을 연임한 데다가 아시아태평양출판협회 회장을 연임하고, 국제출판협회 상임이사로 있으니 그만하면 성공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성공이냐 실패냐로 인생을 평가하지 말고 긍정적인 인생을 살았느냐, 아니면 부정적인 인생을 살았느냐고 평가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다.
이 세상에는 주어진 조건이 불리해서 자신의 인생이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집안이 너무 가난해 성공의 기회를 잡을 수 없었거나, 집안이 너무 부유해서 어려움 없이 자라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가난한 집안 형편을 타개하기 위해 남보다 몇 배 노력했다는 사람, 집안이 부유해서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었다는 사람도 있다. 문제는 누가 더 낙관적이고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삶을 살아왔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나는 산골 마을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자랐다. 손재주가 있었던지 유달리 흥미를 가졌던 탓인지 어려서부터 무엇이든 고치고 만드는 일이 즐거웠다. 돈과 시간만 있다면 자동차도 기차도 비행기도, 무엇이든 다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남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난들 왜 못하겠느냐는 자신감은 내 일생을 가능성의 세계, 긍정적인 삶으로 이끌어 준 동기가 아닌가 싶다.
어렵사리 다니게 된 대학을 가난 때문에 도중 하차하고 제대한 다음날 상경했다. 가난한 시골집에 있어 봐야 희망이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신문보급소 총무도 하고 월부책도 판매하고 출판사 영업부장도 하면서 2년 만에 30만원 적금을 들었다. 그 돈이 촐판사 창업 자금이었다. 몇 년간 기획 편집 제작 배본 수금 등 모든 일을 혼자서 했다. 휴일도 없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야말로 쉴새 없이 일이 곧 취미요 생활이요 내 삶의 전부였다. 아무리 힘든 일이 닥쳐도 `이건 안 돼` 하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만을 생각했다.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다. 아무리 뛰어나고 재주가 많은 사람이라도 혼자서는 세상을 살아갈 수가 없다. 예림당은 초기에 거래하던 협력 회사들과 지금도 계속 거래를 한다. 상대가 손해보지 않도록 배려하니 상대 역시 내가 손해 볼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30년 동안 거래를 계속하는 것이다.
나는 요즘 특별한 병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건강이 썩 좋은 편이 아니다. 특별히 질병이 있는 것도 아닌데 건강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아마 오랫동안 너무 많은 일을 너무 열심히 해서 생긴 일 중독이 아닐까 싶다. 요즘 우리 경제가 어렵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출판경기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학을 나와도 취직할 곳이 없어 고학력 실업자가 늘고 있다. 그러면서도 중소 기업에는 일할 사람이 모자라서 정상 가동을 못한다니 무엇인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는 생각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이 있다. 첫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는 법이다. 인생이란 열심히 일하는 속에서 가꾸어지는 빛나는 보석이며 끊임없이 가능성의 세계를 열어가는 노정이다. 아시아태평양출판협회장ㆍ예림 경기식물원이사장ㆍ전(前)대한출판문화협회장
<정리=최수문기자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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