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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국민은행 <중> 쇄신 안보이는 국민은행 쇄신안

<중> 위기의 국민은행-쇄신 안보이는 쇄신안

엄연한 민간기업 이지만 정권의 놀이터로 전락해

수장 바뀔때마다 물갈이 행렬 근본 처방없인 혼돈 수습 못해


지난 2일 KB금융지주에서 '원샷 인사'와 주요 보직 공모제를 내부 혁신을 위한 핵심 방안으로 들고 나왔을 때 국민은행 직원들은 한숨만 내쉬었다. 지금까지 국민은행이 원샷 인사를 못해서 외부 청탁과 줄서기가 난무한 게 아닌 탓이다. 논의의 핵심은 지주 회장을 포함해 주요 임원이 외부에서 오고 밑의 직원들도 그때마다 물갈이 형식으로 모조리 바뀌는 데 있다는 게 직원들의 생각이다. 말단 직원들도 정답(진정한 쇄신 방안)을 알고 있는데 윗사람들은 엉뚱한 답을 내놓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다"(국민은행 한 간부)는 얘기다.

실제 강정원 전 행장은 회장으로 지명되자 지주 내 황영기 전 회장 측 인사를 모두 내쫓았다. 김중회 전 사장은 물론이고 지주사 임원과 부장까지 외부로 내몰았다. 심지어는 비서실서 일하는 직원도 마구잡이로 발령을 내버렸다. 임영록 현 회장 때는 전임 어윤대 회장 때 득세했다는 평을 받은 고려대 인사들이 외곽을 전전해야만 했다. 그 자리에는 강원도와 정치권 출신 인사들이 자리 잡았다.

이런 상황을 너무나도 잘 아는 은행원들 입장에서 이달 초 나온 KB금융의 쇄신안은 지배구조는 건드리지 못한 반쪽짜리에 불과했던 셈이다.

이런 모습은 외부에서 볼 때도 똑같았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임원은 "원샷 인사 등 KB금융이 발표한 내용은 이미 다른 은행들이 실시하던 것"이라며 "이런 걸 쇄신안으로 내놓았다는 것 자체가 KB금융의 내부통제가 너무 허술했다는 방증 아니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민은행장 중에 내부 출신은 민병덕 전 행장 한 명밖에 없고 그마저도 어 전 회장이 심어놓은 꼭두각시라는 평가가 있었다"며 "행원으로 시작해 은행장 꿈을 꿀 수 없는 조직에서 원샷 인사만으로 무슨 쇄신이 일어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동안 주인 없는 거대 금융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정권과 금융당국이 손을 뻗치면서 KB금융과 은행의 수장 자리는 정권 낙하산들의 놀이터로 전락했다.

KB금융은 대주주가 국민연금이지만 외국인 지분이 66%에 이르는 엄연한 '민간 기업'이다. 그런데 지배구조는 공기업을 능가할 정도로 낙하산 행렬 일색이다.

물론 제대로 된 최고경영자(CEO) 승계 프로그램 따위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실제로 황 전 회장 퇴임 후 10개월의 회장 공백기와 강 행장의 무리한 욕심, 이어 내부 통제력이 없는 낙하산 CEO까지 겹치며 조직원들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KB금융 내부의 한 인사는 "어 전 회장의 인사는 철저히 자기에게 잘 보이는 사람 중심이었다"며 "KB금융 안에 파벌과 줄대기의 문화가 정착하면서 은행의 가장 기본인 신용을 잃어버린 시기"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임영록 회장도 주인의식을 잃어버린 채 방황하는 조직을 추스르기 위한 고민이 깊었다.

올 1월 외부 인사를 끌어들여 대대적인 조직쇄신위원회를 출범시킨 것도 뭔가 쇄신의 계기를 마련하자는 차원이었다. 하지만 불과 두 달여 만에 내놓은 KB금융의 쇄신안은 근본적 처방을 내놓지 못했다. 쇄신안을 만들던 시기에도 은행 지점 현장에서는 또 다른 비리 사건이 발생했고 개인정보 유출 파동으로 또다시 홍역도 치렀다.

KB금융의 본질적인 문제를 건드리지 못한 쇄신안을 바라보는 금융권의 시각은 싸늘하다. KB금융 조직쇄신위에 참여했던 인사들 역시 쇄신안에는 본질적 한계가 있었다고 인정한다.

쇄신위에 참여했던 외부 인사는 "KB금융의 문제점을 모두 들여다보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며 "원샷 인사는 사실 응급처방에 불과한 것으로 결국 CEO의 입지가 얼마나 안정적이냐가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금융계에서는 KB금융이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정착하지 못하는 한 지금의 혼돈을 결코 수습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KB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지주 회장이 처음부터 '3+3' 임기제를 갖췄지만 경영을 잘하면 연임이 보장될 것이라고 보는 기대 자체가 없다는 것이 본질적 문제다. KB금융 조직쇄신위원장을 맡았던 김정탁 성균관대 교수는 "내부 출신이냐 외부 출신이냐가 중요하다기보단 단기 성과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지배구조가 가장 큰 문제"며 "CEO가 전체적인 체력을 기르면서 이윤을 만들어갈 수 있는 안정적인 체제를 KB금융 구성원들이 근본적으로 모색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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