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애플이 실망스러운 실적을 내놓으면서 국내 증시가 부진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 업종은 애플쇼크 여파로 당분간 주가 흐름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4.62포인트(1.37%) 하락한 1,769.31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이는 지난해 10월 10일(1,766.44포인트) 이후 9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의료정밀(-3.79%)과 섬유ㆍ의복(-2.83%), 철강ㆍ금속(-2.20%), 건설업(-2.09%), 증권(-1.91%), 화학(-1.44%), 전기전자(-1.35%) 등 대다수 업종이 1% 넘게 하락했다. 삼성전자(-1.03%)와 SK하이닉스(-1.92%), LG전자(-2.09%), LG디스플레이(-4.75%), 삼성전기(-3.05%) 등 IT업종의 대표주들이 일제히 하락했고 현대차(-1.35%), 포스코(-2.48%)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약세를 나타냈다.
기관은 이날 1,714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외국인과 개인이 각각 909억원, 741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국내 증시가 올 들어 최저 수준까지 하락한 것은 최근 그리스와 스페인 등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심화되고 있는데다 전날 미국 애플이 시장 예상치에 크게 못미치는 실적을 공개하면서 투자심리를 극도로 위축시킨 때문으로 풀이된다. 스페인은 오는 10월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 280억유로를 갚기 위해 유럽연합(EU)으로부터 구제금융을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의 재정 위기가 커지면서 스페인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이 사상 최고치인 7.58%까지 상승했다. 애플의 부진한 실적도 국내 IT업종의 투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애플은 지난 3ㆍ4분기(2012년 4~6월)에 88억2,000만달러의 순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주당 순이익은 9.32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7.79달러)보다 19.6% 늘었지만 시장의 전망치(10.36달러)를 크게 밑돌았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럽 재정위기와 애플의 실망스러운 실적 등으로 한국을 비롯한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증시가 연중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코스피지수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인 1,700포인트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역시 “유럽 리스크와 애플 등 미국기업의 실적 악화, 국내 기업의 2ㆍ4분기 실적 하향 등으로 증시에는 악재만 넘치고 호재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런 악재들이 어느 정도는 국내 증시에 반영된 상태지만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있는데다 분위기를 반전시킬 재료가 보이지 않고 있어서 증시가 언제 상승세로 방향을 틀 수 있을지를 가늠하기가 어렵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날 애플 쇼크로 국내 IT업종의 실적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이날 국내 증시에서 켐트로닉스(-6.52%)와 이라이콤(-8.19%), 인터플렉스(-5.34%), 이녹스(-8.47%) 등 애플에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들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박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꾸리고 있어 애플의 악재를 비켜갈 수 있지만 LG디스플레이와 SK하이닉스 등 대다수 국내 IT기업들의 주가는 애플과 동조된 흐름을 보인다”며 “당분간 국내 IT기업들의 실적 우려감이 커지며 투자 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종운 현대증권 연구원 역시 “애플의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5가 발표될 때까지 IT부품업체들의 주가 흐름은 좋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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