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위 자산운용사가 국내 대표 지수인 '코스피 200'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중국 본토 증시에 상장한다. 해외 운용사가 한국거래소가 산출하는 지수를 기초로 하는 ETF를 상장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앞으로 국내 지수의 세계 시장 공략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해외 운용사의 국내 지수를 활용한 ETF 개발이 여전히 걸음마 단계라는 점에서 한국거래소가 좀 더 분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국 현지 운용사인 이펀드(EFund· 易方達) 매니지먼트는 최근 한국거래소와 계약을 맺고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ETF를 중국 본토 상하이 증시에 조만간 상장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2월 홍콩 소재 자산운용사인 EIP(Enhanced Investment Products Limited)가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XIE Shares Korea ' ETF를 홍콩 증시에 상장한 바 있다. EFund 매니지먼트의 전체 운용자산(AUM) 규모는 30조원으로 중국 내 2위에 해당하는 대형 운용사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지난달 EFund 운용사와 코스피 200지수를 사용하는 계약을 맺었다"며 "중국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정확한 ETF 상장 시점은 알 수 없지만 내년 초쯤 중국 본토 증시에 상장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계약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해외운용사가 국내 대표 지수인 코스피 200을 활용한 상품을 출시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한국거래소가 산출하는 지수의 해외 시장 진출에 탄력이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코스피200은 미국의 S&P500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지수인데 해외운용사가 이 지수를 활용한 ETF를 출시한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증시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특히 다른 신흥국과 달리 국내 증시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다른 해외 운용사도 코스피200을 활용한 ETF 개발에 관심을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ETF가 좋은 평가를 받으면 다른 지수를 활용한 ETF 개발 사례도 뒤를 이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계약으로 한국거래소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EFund 매니지먼트로부터 코스피200지수 사용료를 주기적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TF는 일종의 패시브 펀드로 벤치마크로 삼는 지수가 매우 중요해 운용사는 해당 ETF가 상장폐지될 때까지 지수 개발회사에 로열티를 지급해야 한다. 한국거래소 입장에서는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ETF가 많이 생길수록 새로운 수익원이 계속 생기는 셈이다.
다만 한국거래소가 지금보다 더 지수 수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ETF 시장이 출범 10여년 만에 세계 10위권으로 도약했지만 해외 운용사들이 한국거래소가 개발한 지수를 활용해 ETF를 만든 것은 이번 사례를 포함해 겨우 2건밖에 되지 않는다.
실제 미국이나 유럽 등 세계 증시에 거래되고 있는 한국 관련 ETF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산출한 MSCI KOREA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대부분이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ETF를 각각 일본 증시와 홍콩 증시에 상장했지만 거래량이 많은 편은 아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MSCI가 공신력이 크기 때문에 MSCI KOREA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한국거래소가 코스피200을 비롯한 국내 지수를 해외 시장에 좀 더 알리는 차원에서 마케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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