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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비상… 밥상 차리기 겁나네

채소·밀가루·소주 등 도미노 인상… 빵·라면까지 들썩<br>눈치만 보던 식품업계 대선 이후 줄줄이 올려<br>옥수수 국제가 급등… 사료·육류·유제품도 가격 뜀박질 가능성

서울 이마트 용산점이 10일 도매가격보다 40% 낮춘 겨울배추를 선보이자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느끼고 있던 주부들이 배추를 사기 위해 품질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이호재기자



밥상 물가가 연초부터 요동치고 있다. 지난달 혹한과 폭설 등의 영향으로 과채류 값이 두 배 가까이 껑충 뛰어오르더니 뒤이어 대형 식품업체들도 밀가루∙두부∙소주 등 서민 식료품값을 앞다퉈 밀어 올리고 있다. 갈치와 명태 등 수산식품도 오름세다. 정부가 또다시 올린 전기요금이 서민들의 밥상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우려된다.

10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김장철 이후 혹한이 이어지면서 배춧값은 1월 상순 86%나 올랐고 대파(40%)∙시금치(49%)∙당근(104%) 가격도 일제히 급등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공개한 지난 9일 기준 상(上)품 도매가격은 양배추(10㎏)의 경우 1만3,800원으로 한 달 새 24% 뛰었다. 이는 1년 전에 비해 146.4%, 평년가 기준으로도 125.1% 오른 것이다.

가시오이(15㎏)도 6만4,500원에 달하며 한 달 새 143.4% 급등, 평년가보다 55.8% 올랐다. 적상추(4㎏) 가격은 2만6,800원으로 1개월 새 79.9%가량 올라 평년가 대비 47.1%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대선 이후 눈치만 살피던 식품업체들도 일제히 가격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동아원∙CJ제일제당∙대한제분 등 제분업체들은 밀가루 가격을 8% 이상 올렸다. 1㎏에 1,300원 하던 것이 1,400원으로 100원 상승했다.

이에 따라 밀가루가 주요 원료인 제빵∙제과∙라면업체들도 가격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밀가루 가격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또 오를 수밖에 없다"면서 "생산 제품에 대한 가격인상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의 경우 1~2개월의 재고를 바탕으로 당분간 버틸 수 있지만 중소형 외식업체들은 밀가루 값 인상의 타격을 당장 받게 된다. 짜장면과 칼국수 등 밀가루를 사용하는 중소 자영업자들은 불황으로 손님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재료값 인상이라는 고통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판이다.

최근 소주도 가격인상이 이뤄졌다.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참이슬 소주의 출고가격을 8.19% 인상했다. 소주 가격은 888원90전에서 72원80전 오른 961원70전으로 변경됐다.

밥상머리 대표 식품인 두부∙콩나물 등의 가격도 지난해 말 일제히 올랐다. 풀무원이 가장 먼저 두부 5.9~8%, 콩나물은 5~10% 인상했다. 뒤이어 CJ제일제당은 평균 두부 9.3%, 콩나물 13.6%를 인상했다.



비상이 걸린 정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농식품부는 최근 수급조절용으로 확보하고 있던 겨울배추 8,000톤 중 600톤을 대형 유통업체와 전통시장 등을 통해 시중가보다 40%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할당관세도 식품 가격 인하를 위한 카드로 꼽힌다. 기획재정부는 제분용 밀과 가공용 옥수수, 설탕, 식용유 등에 대해 올해 할당관세 적용을 연장했으며 물가 급등세가 나타날 경우 언제라도 적용 품목을 늘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공급조절식 물가 잡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세계적인 유동성 공급 정책에 우리도 기준금리 인하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무작정 농가를 쥐어짜는 식으로 물가 대응에 나서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손쓸 도리 없는 국제 곡물 가격 상승도 부담이다. 이날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옥수수 생산지인 미국의 옥수수 재고량은 2억톤 내외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올해 공급량은 지난 1995년 이후 1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옥수수 가격은 올해 17%가량 뛸 것으로 골드만삭스 등 투자기관들은 내다보고 있다.

옥수수는 주로 사료로 쓰이기 때문에 이 경우 소∙닭∙돼지고기의 가격이 뛰어오르는 것은 물론 우유 가격도 치솟을 수 있다. '에그플레이션'의 전형이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제유가, 곡물 가격 변동성 확대가 올해 국내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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