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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원유수입 감축 어떻게" 깊은 고민

美 대표단, 이란제재 논의 위해 16일 방한<br>金외교 "어느 정도 조치 필요"<br>경제부처선 "기정사실화 일러"<br>정유업계 수입선 교체 검토

미국 대표단이 이란 핵실험 관련 제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오는 16일부터 2박3일간 방한하기로 하면서 우리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우리 정부로선 자칫 '오일쇼크'로 이어질 수 있는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 카드만은 피하고 싶은데 북핵 문제에 대한 공조를 생각하면 미국의 이란 제재에 성의를 보이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13일 기자들과 만나 이란산 원유금수 효력을 낼 수도 있는 미국 국방수권법 발효에 대해 "우리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조치는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이란 제재 참여는) 미국과 거래하는 기업이 기업 스스로를 위해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경기도 동두천 미군 캠프케이시를 방문하고 있던 그는 미국의 이란산 원유 감축 요구가 부당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 "이란은 이미 유엔에서 제재를 받았다"며 "대이란 제재를 자꾸 미국과 연결시킬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의 발언은 상황에 따라서는 이란 원유 감축 조치가 불가피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직접 이 문제를 다뤄야 하는 경제 관련 정부부처들은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을 기정사실화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반응이다. 17일로 예상되는 미국 대표단과의 회동에서도 구체적인 원유 감축 방안을 논의하기보다는 국방수권법안의 취지에 대한 미국 측 설명을 듣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일각에서 우리 정부가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절반 정도 줄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도는데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이런 식의 이야기는 미국 대표를 맞아야 하는 우리 정부의 입장만 어렵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유 업계는 정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최대 20%에 달하는 정유사로서는 수입에 차질을 빚을 경우 당장 원유 공급 대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유 업계는 수입선 교체와 함께 현물시장 거래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비상 시나리오'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이란산 원유의 수입 금지가 확산되면 그만큼 공급이 줄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도입단가도 함께 높아질 것"이라며 "결국 국내 정유 업계 전체의 타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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