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각 부처 대변인 자리가 이른바 재수 대변인들로 속속 채워지고 있다. 지난해 초 인사 시즌을 앞두고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이 정부 부처 대변인을 '국장급 4년 차 이상 고참'으로 임명하라는 지침을 내린 후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정부와 국민 사이의 소통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책을 국민에게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업무 이해도와 노련함을 겸비한 이들이 적격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대변인이라는 자리는 경험과 연륜만으로 쉽게 맡을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 정책홍보의 최일선에서 수많은 언론을 상대하려면 대중적 친화력과 소통능력은 물론 체력까지 겸비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거 대변인을 거쳤음에도 다시 돌아와 재수하는 사례가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 힘든 보직인 대변인을 한 번도 아닌 두 번씩이나 맡는 것은 이례적이다.
국토교통부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형렬(50) 국장도 재수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9월부터 2011년 2월까지 대변인을 맡았었다. 3년 만인 지난해 7월 다시 대변인으로 돌아왔다. 안호근(52) 농림축산식품부 대변인도 2010년 7월부터 1년 넘게 대변인을 지냈다. 그 역시 3년 만인 지난해 8월 다시 대변인으로 컴백해 쌀 시장 개방,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 굵직한 이슈들을 무리 없이 대응해냈다.
대변인들의 재수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대변인들의 기수도 자연스럽게 선임 국장급으로 대폭 상향 조정되고 있다. 기술고시 21회인 김형렬 국토부 대변인은 행시 기수 29회에 해당한다. 같은 부처 내 1급인 주택토지실장(31회)보다 선배다. 지난해 말 새누리당 수석 전문위원으로 자리를 옮긴 박승기 전 해양수산부 대변인은 기술고시 22회로 당시 1급 해양정책실장(31회)보다도 행시 기수로 한 기수가 높았다. 당초 하마평에 올랐던 오운열 여수항만청장(행시 37회)보다는 일곱 기수, 전임 박성희 국장(행시 35회) 보다는 다섯 기수가 높다. 이달 14일 상임위원으로 승진한 신동권(51) 전 공정위 대변인도 행시 30회로 국장급에서도 가장 고참이었다. 박원주(50) 산업통상자원부 대변인도 행시 31회다.
이들 고참 대변인을 보는 관가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정부 부처의 한 관계자는 "승진을 앞둔 고참급으로 채워지다 보니 홍보업무보다는 장관 보좌에 더 신경을 쓰는 경향이 강해졌다"면서도 "다만 언론 등 외부와의 소통이 보다 원숙해진 측면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