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불구 中소비위축 등 직격탄… 대한항공·아시아나 2분기 적자
수익성 악화에 신용등급도 떨어져 대대적 투자 접고 전략 수정 착수
운항노선 조정·수익성 개선 나서
국내 항공사들이 중국경기 침체와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이라는 이중고에 울상 짓고 있다. 글로벌 저유가에 힘입어 1·4분기 개선됐던 실적을 중국과 환율 리스크가 까먹는 모양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주요 항공사들은 2·4분기 일제히 영업적자를 신고했다. 최근에는 주요 항공사의 신용등급까지 강등되면서 회사채 발행비용이 늘어나는 등 항공 업계 안팎에서 위기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중국 소비 위축 '직격탄'=항공사들은 중국 증시 붕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그만큼 항공 업계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항공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는 단기 이슈로 극복이 가능하지만 중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 파장이 크다"며 "2·4분기 실적이 주저앉은 것도 메르스의 영향보다 중국 경기 침체의 여파가 더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외국인 한국 입국자 추이를 보면 중국인 입국자가 627만5,916명에 달해 전체 입국자 중 44%를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 중국인 입국자는 308만1,069명으로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 경제위기가 심각해질 경우 하반기부터 감소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또한 중국 관광객이 줄어들 경우 주요 항공사들이 티켓 가격을 깎는 식으로 출혈 경쟁에 나서 수익성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환율 상승으로 환차손 커져=최근 오름세를 타고 있는 원·달러 환율도 항공사 입장에서는 골칫거리다. 항공기 리스, 항공유 매입 등 외화 지출이 많은 업계 특성상 환율이 오를수록(원화가치 하락) 환산 손실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체 외화차입금(10조6,903억원) 중 달러화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84%에 달하는 대한항공의 경우 올 2·4분기 기준 외화환산손실액이 1,734억원에 이르러 회사 재무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겼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환율 상승세가 계속 이어지면 항공사들이 1년 동안 헛심만 쓰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익 구조가 악화하자 한국기업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은 앞다퉈 항공사들의 신용등급을 깎아내리고 있다. 한기평은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을 최근 'A-'에서 'BBB+'으로 강등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 역시 'BBB+'에서 'BBB'로 낮아졌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때 더 높은 금리를 줘야 하고 자연히 회사의 이자 부담은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올해 저유가 바람을 타고 대대적인 투자를 준비했던 항공사들은 전략 수정에 착수했다. 운항 노선 조정 등 수익성 개선 작업이 회사별로 진행되고 있다. 올해 말 안에 기업공개에 나서 2,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었던 제주항공의 상장 일정이 조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적이 시장의 기대를 밑돌 경우 공모가를 높여 잡기 어려운 탓이다.
물론 아직 비관할 단계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송재학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3·4분기는 전통적인 항공 업계 성수기로 하반기에는 견조한 실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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