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지난해 4ㆍ4분기에 이어 올 1ㆍ4분기에도 개선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한달 만에 3% 정도 주저앉을 정도다. 원화 강세가 속도는 느려졌지만 여전한데다 글로벌 경기마저 좀처럼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탓이다.
전문가들은 “수출 중심의 국내 경제가 원화 강세라는 벽에 부딪힌 상태”라며 “중국 등 글로벌 경기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유가 급등 등 복병이 많아 올해 기업 실적 전망을 낙관하기 쉽지 않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국내 108개 상장회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0조6,500억4,100만원으로 올 초(1월 2일, 31조6,431억3,700만원)보다 3%(9,930억9,600만원) 가량 줄었다. 올 초만 해도 24조9,346억3,200만원으로 점쳐지던 이들 회사의 당기순이익 추정치도 현재는 25조759억300만원으로 한 단계 낮아진 상태다.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135조613억2,300만원에서 120조7,054억200만원으로 4조23,559억2,100만원 가량 줄었고, 당기순이익의 경우 올 초(105조7,892억9,300만원)보다 2조7,841억300만원(2%) 정도 감소한 103조51억9,000만원으로 예측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가 한 단계 낮춰진 데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첫번째 이유는 환율”이라며 “내수 경기 침체로 소비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중국이 과거에 비해 성장속도가 둔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도 요인 가운데 하나”고 설명했다.
즉 밖에서는 원화강세란 장애물에, 내부에서는 소비 감소라는 복병이 국내 기업들의 실적 저하를 부추기고 있다는 뜻. 여기에 경기 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있는 중국 경제가 과거와 같이 국내 수출 물량을 완전히 소화할 수 없다는 점도 잠재적 악재로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원화강세와 경기 침체 등으로 국내 기업 실적 저하 우려가 지속될 수 있다는 데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원화 강세 속도가 지난 해에 비해 늦춰지고 있고 또 앞으로 글로벌 경기 회복이 가시화될 수 있는 만큼 실적 하락폭은 시간이 흐를수록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원화강세의 관건은 1,050원선이 무너지냐”라며 “현재 1,050원이라는 마지노선을 앞에 두고 원화강세가 다소 주춤하고 있고 또 앞으로 글로벌 경기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국내 기업 실적 악화 정도나 충격은 다소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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