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수세 지속…3년물 국고채 수익률은 되레 하락 정부가 외국인의 채권투자에 대한 과세 방침을 밝혔지만 채권시장은 눈에 띄는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외국인들의 채권 매수세가 다소 약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순매수 기조를 이어가고 있고 국고채 수익률도 3년물은 되레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과세 방침이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는데다 외국에 비해 절대적으로 높은 금리 수준을 감안하면 여전히 한국 채권의 투자메리트가 높기 때문이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채권시장에서는 장-단기 국고채 수익률이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5년물 국고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0.01% 포인트 오른 3.98%로 거래를 마쳤고 10년물도 0.04%포인트 상승한 4.48%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표채권인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3.32%로, 전날보다 0.01%포인트 되레 하락했다. 전날 0.02%포인트 하락한 데 이어 이틀째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채권 과세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은 여전히 매수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외국인들은 500억원을 사들이며 10거래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다만 거래 규모는 정부의 채권 과세 방침 발표 이전 보다 다소 줄었다. 18일 정부 발표 이전까지 외국인들이 하루평균 2,000억원 정도 채권을 사들였던 것과 비교하면 매수강도가 약해진 셈이다. 증권사 한 딜러는 “규제 리스크로 인해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가 줄어들었다”며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은 아닌데 잠시 유보적인 입장에서 시장추이를 살피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세금부과 방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과세가 한국 채권투자에 본질적인 장애물이 되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외국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익률과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 원화강세 움직임 등을 감안하면 일부 세금을 부담하고서도 이익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미국ㆍ유럽 등 대부분의 국가와 체결한 이중과세방치협약을 통해 우리 정부가 과세를 하더라도 투자자측에서 추가로 내야 하는 세금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이유가 된다.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한 과세 재료가 시장에 이미 반영이 됐다는 점도 시장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요인이 되고 있다. 외국인에 대한 과세문제가 처음으로 이슈화된 것은 지난 10월11일 진동수 금융위원장의 국회 답변과정에서였다. 처음에는 소관부처와 협의해 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덩치를 키워가더니 결국 한달여만에 본격적인 규제안으로써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발언이 처음 나온 날 국고채 3년물 기준으로 수익률이 0.0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을 뿐이다. 오히려 지난달 14일 금융통화위원회의 예상치 못한 기준금리 동결에 대한 충격으로 채권 수익률이 사상최저치(3.05%)로 떨어지기도 했다. 규제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후 40일만에 수익률은 겨우 0.02%포인트 올랐을 뿐이다. 이는 결국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나 올린 것에 비해서도 미미한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내 채권 보유잔액은 지난 17일 현재 80조5,257억원으로, 지난달 8일 76조587억원에서 40일만에 4조5,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일단 정부의 과세방침이 정해졌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추가 조치가 나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외국은행의 국내 지점에 대한 선물환포지션 한도 축소와 은행세 부과 등 추가 규제에 대한 가능성이 열려있는데 즉 채권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김시준 삼성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규제가 당초 우려보다 약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기존에 반영됐던 부분이 오히려 일부 빠진 상황이 됐다”며 “외국인의 투자가 계속되는 등 규제문제에 따른 시장불안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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