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난 구리 전선이나 조각 등 '동(銅)스크랩'을 사고 팔 때 산 쪽이 직접 부가가치세를 내도록 해 한해 최고 4,000억원의 세금을 더 거둬들이는 방안이 도입된다.'가짜 석유'에 이어 또 다른 거대한 탈세영역인 동스크랩시장의'세금 먹튀' 관행을 전면 수술하는 셈으로 '지하경제와의 전쟁 2탄'이라 할 수 있다. 제도가 시행되면 스크랩 업자뿐 아니라 제조업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기획재정부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양측은 이런 내용의 부가세법 개정안을 이르면 3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잠정 합의했다.
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독일 등 해외 사례와 국내 고철업계를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동스크랩 부가세 매입자 납부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면서 "영세한 고물상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보완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김현미 민주통합당 의원 등이 공동 발의한 이 법은 여야 간 이견이 적어 통과 가능성이 높다.
법안이 통과되면 법 시행연도인 2014년부터 동스크랩을 사고 팔 때 매입자가 직접 부가세를 내야 한다. 이를 위해 모든 동스크랩 거래는 국세청이 지정한 은행의 부가세 전용계좌로 이뤄지며 이 과정에서 산 사람이 부가세를 합한 금액을 이체하면 은행계좌를 통해 자동으로 매매가격의 10%인 부가세가 국세청에 넘어간다. 현재 금괴 등 일부 금 제품을 매매할 때 이 같은 방식으로 부가세 매입자 납부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동스크랩 부가세 매입자 납부제도가 시행될 경우 앞으로 5년 동안 연간 4,070억원, 총 2조349억원의 세수입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동스크랩 매매는 일반적인 부가세 납부제도와 같다. 파는 사람이 부가세를 얹은 금액을 가격으로 받고 파는 사람이 부가세를 내는 방식이다. 그러나 수백억원의 자본금을 가진 '기업형 고물상' 일부는 동스크랩을 판 뒤 폐업신고를 해 부가세를 회피해왔다.
업계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 5년간 9,000억원의 탈세가 이뤄졌다. 동스크랩 등 고철금속 거래는 영세업체에서 중대형 유통업체까지에 걸쳐 이뤄져 탈세가 쉽다.
특히 이들 수집상로부터 동스크랩을 구매한 중간도매상이나 동제품 생산자의 경우 탈세거래 당사자로 지목돼 억울하게 세금을 추징 당한 사례도 있다. 이에 따라 동스크랩 수집업체를 대표하는 한국동스크랩유통업협동조합은 "일부 동스크랩 수집도매상이 납품대금에 포함된 부가세를 받고 국세청에 부가세 매출신고 없이 문을 닫아 거래질서를 어지럽히고 세금을 탈루하고 있다"면서 탈세방지대책을 촉구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