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IB가 살길이다] 1.'선택과 집중'으로 경쟁하라 '작더라도 자신있는 부문' 특화해야 성공 가능일부 대형사 성과 불구 아직은 글로벌IB와 큰 격차골드만삭스·라자드등 차별화 전략 눈여겨 볼만경쟁력있는 분야에 역량 집중후 업무영역 확대해야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ImageView('','GisaImgNum_2','default','260'); “모두가 한결같이 한국의 골드만삭스, 한국의 메릴린치가 되겠다고 합니다. 그 말대로라면 10년 뒤에는 국내에 골드만삭스만 한 회사가 10개는 나올 것 같습니다.” 국내 한 증권사 임원의 자조 섞인 말이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이 다가오면서 너도나도 자기자본투자(PI) 활성화, 투자은행(IB) 업무와 자산관리 강화 등을 통해 IB전문 투자금융사로 변신하겠다고 큰소리를 치지만 정작 전략을 들여다보면 차별화된 것은 거의 없다. 글로벌 IB라는 말은 언제부턴가 증권사들의 미래를 꾸며주는 수식어 이상도 이하도 아닌 유행어로 전락하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진정한 IB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글로벌 후발주자로서 차별화된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작은 분야라도 먼저 자신 있는 부문에 특화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글로벌 IB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이다. ◇글로벌 IB 향해 출발은 했지만…=국내 대형 증권사는 이미 IB 초기단계에서 발판을 다지기 시작했다. 삼성증권은 현재 270명 수준의 IB 인력을 오는 2010년까지 500명 수준으로 늘리기로 하고 IB사업의 리스크 관리 조직 및 시스템을 셋업 중이다. 지난 3월에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인 비자카드 공동 인수에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참여하는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이 5일 러시아 사할린에 있는 1,000억원 규모의 유연탄 광산을 직접 사들였고 굿모닝신한증권은 지난해 라오스의 바이오디젤 사업에 300억원을 투자하는 등 PI 성과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회사별로 글로벌 IB와의 차별화가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대표적 IB업무 중 하나인 주식모집ㆍ매출업무의 경우 올 상반기 기준 국내 순위에서 시장점유율 10% 이상을 기록한 회사는 크레디트스위스ㆍ씨티ㆍUBS 등 외국계뿐이었고 이 세 회사가 전체 시장의 76.5%를 차지했다. 규모면에서 이미 국내와 해외 IB들 간 격차가 나고 있다. 가시적 성과로 꼽고 있는 해외 진출도 말레이시아ㆍ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개발도상국 현지사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해당 국가에서 펀드를 출시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해당 국가에서의 국내사들 간 경쟁 격화로 해외에서 수익은커녕 리스크 관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것으로 지적됐다. 임병철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IB산업은 철저히 과점적 형태로 유지되면서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이 존재한다”며 “글로벌 IB들도 과거 특정 업무에서의 강점을 바탕으로 성장해 업무범위를 확대한 사례를 볼 때 국내 금융사들 역시 지금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부문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택과 집중’만이 사는 길=글로벌 IB는 규모면에서도 압도적이지만 각기 내세우고 있는 승부수의 차별화 측면에서도 국내 증권사들이 배워야 할 점이 많다. 국내 증권사들의 ‘모델’ 격인 골드만삭스는 PI와 인수합병(M&A) 분야에서 독보적 위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2006년 말 기준 순수익에서 자기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68%에 달하며 모건스탠리(48%), 메릴린치(34%)를 크게 앞서 있다. M&A에 있어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대규모 딜의 실종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 총 5,302억달러(155건) 규모의 거래를 성사시키면서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했다. 골드만삭스라고 처음부터 1등은 아니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모건스탠리ㆍ메릴린치 등에 한참 밀려 10위권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1960년대 들어서 M&A 재무자문에 진출하면서 1970년대 최초로 적대적 M&A 방어전략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1980년대 해외 진출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민영화 시장을 개척하고 자산관리 업무까지 강화하면서 오늘날의 위치에 올라섰다. 중소형사라고 해서 차별화에서 예외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금융자문과 자산관리에 특화한 라자드(Lazard)가 대표적 사례다. 2005년 IPO로 자본금 확충에 성공한 라자드는 그해 분사 이후 M&A 재무자문과 기업 구조조정 자문, 프라이빗뱅킹 등 세 가지 부문을 특화해 2006년 기준 글로벌 M&A 재무자문 10위로 성장했다. 설립 초기부터 금융자문 서비스 회사로 출발해 종합증권사에 비해 부서 간 이해상충이 없었다는 중소형사만의 강점을 살린 케이스다. 중소기업 고객을 집중 공략한 제프리즈앤컴퍼니(Jefferies&Company)도 본보기로 삼을 만하다. 대형 투자은행들에 소외된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연구기능을 강화하고 네트워크를 집중시켜 2006년 기준 미국 주식인수 13위의 IB로 성장하며 중소기업의 ‘골드만삭스’로 불리고 있다. 1998년 설립된 자산규모 3억달러 수준의 소형 투자은행인 토머스바이셀파트너스의 경우 신흥 IT기업들을 집중 공략하고 의료ㆍ소비재산업에 특화하면서 2006년 미국 주식인수 16위라는 놀라운 실적을 거뒀다. 이석훈 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산관리와 IB 중심으로 사업영역을 두고 증권사들 간 경쟁이 더욱 커지겠지만 글로벌 IB, 상업은행들, 신규 증권사 등 넘기 힘든 벽과 도전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며 “특화된 사업전략과 상품개발, 성공적 IB 모델을 창출해야만 IB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사 차별화 전략 '차별화'가 안보인다 천편일률 영업방식 답습 레드오션 경쟁 치중땐 "업계 공멸부른다" 지적도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하기 위한 열쇠가 차별화라는 측면에서 아직 국내 증권사들의 갈 길은 멀다. 모두가 차별화를 말하지만 정작 그 '차별화 전략'이 천편일률적이라는 게 문제다. 최근 정부의 무더기 허가와 대기업 인수로 탄생한 신설 증권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대기업 자산을 등에 업은 '땅 짚고 헤엄치기' 전략이 여전하고 기존 증권사들도 껍데기뿐인 차별화로 위탁매매수수료 위주의 과거 천수답식 경영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인수해 야심차게 출범한 HMC투자증권은 상반기에만 7조원가량의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금융거래 물량을 넘겨받았다. 글로벌 IB로서 역량을 키우겠다고 포부와 달리 지난 7월에 울산에만 3개 지점을 개설하고 본사가 있는 양재동에 지점을 여는 등 현대차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치 악어에 붙어 사는 악어새와 같다. CJ투자증권이 현대중공업 계열사가 된 뒤 첫번째로 내세운 전략은 현대중공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2만여개의 계좌 개설작업이었다. IBK투자증권도 모기업 기업은행의 18만 중소기업 고객을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증권사들 간 제 살 깎기식 경쟁도 여전하다. 하나대투증권은 대형사 가운데 처음으로 온라인 위탁수수료율을 0.015%로 낮추며 출혈경쟁에 불을 붙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차별화 없는 레드오션 경쟁이 자칫 증권업계의 공멸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미국에서 11~25위 증권회사의 시장점유율이 1954년 81%에서 2000년에는 10%까지 내려왔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후 생존을 위해서는 단순한 차별화를 넘어 전문화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차별화에는 다양한 기준과 옵션이 있을 수 있다. 특정 산업에 특화하고 그 산업에 대한 모든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나 지역에 전문화를 꾀하는 것이 하나의 사례다. 이희동 신한금융지주 전략기획팀 과장은 "미국의 경우 제프리즈앤컴퍼니가 에너지ㆍ항공ㆍ방위산업에 전문영역을 구축한 사례나 파이퍼제프레이가 중국 기업의 미국시장 기업공개(IPO)에 전문성을 갖춘 게 대표적 케이스"라며 "특정 국가나 산업에 차별화된 힘을 키운다면 후발주자로서도 얼마든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도 지금의 경직된 기업문화를 통째로 바꾸려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모 증권사의 한 임원은 "일선 지점에서는 아직도 펀드 하나 파는 수고로움으로 주식 두번 매매를 돌리는 게 낫다고 하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과거 카드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앞뒤 가리지 않는 저돌적 영업방식으로는 해당 회사는 물론 업계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특별취재팀=한영일ㆍ최수문ㆍ정영현ㆍ이혜진ㆍ이상훈ㆍ박해욱ㆍ유병온ㆍ황정수기자 hanul@sed.co.kr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