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내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매출은 70%, 영업이익은 90%가량이 삼성전자에서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삼성 전체 외형은 커졌지만 실제 모습은 '불균형'이 해소되기는커녕 더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룹 수뇌부들은 최대 고민은 '불균형 해소'.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삼성전자를 제외한 계열사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경영진단을 실시했고 이에 맞춰 삼성 비(非)전자계열사들의 본격적인 변신이 시작되고 있다.
특히 삼성은 최근 삼성의 모든 계열사로 구성된 '컨츄리 마케팅 태스크포스(TF)'를 결성해 삼성의 우월한 비즈니스 유전자를 여타 계열사로 확산시키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TF의 한 관계자는 "TF를 만든 이유는 삼성전자를 배우고 활용해, 비전자계열사들이 새로운 활로를 찾아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의 비전자계열사들은 인력 및 적자 사업 구조조정, 계열사 흡수합병, 신사업 간 속도 조절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황 악화에 고전하고 있는 석유화학 계열사들은 신사업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신사업 진출이 거의 없었던 삼성석유화학이 탄소섬유 시장에 진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여기에 삼성정밀화학도 2차전지 소재, 폴리실리콘 시장 본격 진출 등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토탈도 공장 증설에 올해만 1조원가량을 투자한다. 제일모직도 사업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특히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패션사업 부문에서 큰 폭의 사업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SDI와 삼성전기도 마찬가지다. 태양전지ㆍ스마트그리드 등 부진한 사업은 속도 조절을 하고 새로운 분야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SDI는 결정형 태양전지, 스마트그리드 대신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삼성전기도 스마트그리드 역량을 축소하고 자동차 전자부품ㆍ터치 스크린 패널(TSP) 등 신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공업ㆍ플랜트 계열사들은 사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화공 플랜트에 역량을 강화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대신 사업성이 낮은 사업 파트와 인력은 재배치 했다. 삼성물산(상사ㆍ건설)도 수익성이 낮은 국내 사업팀을 축소하고 해외 수주 역량 강화로 초점을 맞춰나가고 있다. 상당 부분 인력 및 사업 구조조종이 뒤따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금융 계열사들은 인력 재배치 등을 통해 효율화 추구에 나서고 있다. 삼성증권은 최근 170여명의 자체 인력에 대해 계열사 전환 배치를 끝냈다. 삼성화재도 지난해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금융 계열사 맏형인 삼성생명도 ▦수익 창출 ▦해외 시장 개척에 더 많은 인력과 자원 등을 집중하고 있다.
계열사 일감 물량 감소가 불가피한 광고업체인 제일기획도 비주력 프로젝트 정리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호텔신라도 면세점 해외 확장 외에도 국내 럭셔리 브랜드 매장 시장 진출 등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비전자 계열사들의 경우 올해 정기 인사에서 큰 폭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며 "삼성 그룹이 추진하는 성장의 불균형 해소에 얼마나 기여했는지가 최고경영자(CEO) 인사의 주요 기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