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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더 내면 더 빠른 인터넷 허용 미국 사실상 망 중립원칙 깼다

불합리한 차단·차별 금지

10여년전 규제체계 마련

국내에는 별 영향 없을 듯


미국이 추가 비용을 부담하는 콘텐츠 사업자들(CP)에게 더 빠른 회선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고속도로는 같지만 돈을 더 내면 별도의 전용도로(패스트레인)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국은 지난 2000년 인터넷전화, 2009년 인터넷TV(IPTV)를 도입하면서 관련 사업을 개방해 미국의 법안 도입에 따른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15일(현지시간) "인터넷 통신망 사업자(ISP)가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거래에 따라 유료로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빠르고 믿을 수 있는 회선을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의 '망 중립성 정책 개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3표, 반대 2표로 가결 처리했다. FCC는 업계 의견 등을 수렴한 뒤 연말께 새 정책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구글·페이스북·트위터·유튜브·넷플릭스·디즈니 등 CP들은 컴캐스트·버라이즌·AT&T 같은 ISP에 돈을 더 내면 더 빠르고 특별한 회선을 통해 고객들에게 콘텐츠를 전송할 수 있게 된다. FCC는 2011년 "ISP가 특정 콘텐츠 서비스를 막거나 데이터 전송 속도를 차별할 수 없다"는 내용의 '오픈 인터넷 규칙'을 승인했다. 그러나 이 규칙은 지난 1월 미국 항소법원으로부터 규제권한이 없는 것으로 판결돼 효력을 잃었고 이번 개정안으로 기존 입장을 일부 뒤집었다.

이번 결정에 대해 자본력이 떨어지는 소규모 정보기술(IT) 업체들과 소비자단체들은 "FCC가 망 중립성 원칙을 훼손했다"며 크게 항의하고 있다. 빠른 회선을 사용할 수 없는 신생 콘텐츠 공급업체들이 경쟁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이번 결정이 국내 통신 정책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 한국에서의 망 중립성이란 ISP의 '불합리한 근거에 따른 차별·차단만' 금지하는 것으로 합리적인 과금 계약만 맺었다면 얼마든지 관련 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도입된 인터넷전화·IPTV 등의 유료 전용망이 대표적인 예다.



망 중립과 ISP·CP 간 요금 문제는 전혀 별개로 봐야 한다는 게 정부 당국의 입장이다. 기존 고속도로 가운데 일부를 사용해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주면서까지 차별한다면 문제가 되지만 새로운 고속도로로 차별화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망을 놓기 위해서는 누군가 이에 대한 부담을 할 수밖에 없는데 미국 CP들이 무조건 공짜 이용을 외치는 것은 난센스"라며 "새로운 망을 통해 ISP·CP·이용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길이 많은데 비용을 부담하기 싫어 공짜만 강조하는 정책이라면 통신 사업자 누구도 혁신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욱이 망 중립성과 관련한 법률체계가 거의 잡혀 있지 않은 미국에 비해 한국은 10여년 전 이미 그 규제체제를 확립했다는 자신감도 강한 편이다. 한국은 이미 2004년 초고속인터넷을 기간통신역무로 분류하고 불합리한 차단과 차별을 금지한 바 있다. 또 '망 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2011년에 제정, 지난해 12월에 구체적인 관리기준을 마련하는 작업까지 마친 상태다. 이에 반해 미국은 통신법에 망 중립성에 관한 근거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올초 '오픈 인터넷 규칙'까지 효력을 상실하며 사실상 망 중립성에 관해서는 무주공산인 상황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2004년부터 이미 구축하기 시작한 우리나라의 통신 규제 수준을 100으로 볼 때 미국은 아직 50 정도밖에 안 된다"며 "망 규제는 망을 두고 ISP가 부당하게 사업하는 것을 막는 것이 핵심이지 자유시장질서를 해치는 데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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