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담배를 피우면 연기와 함께 다양한 유해물질이 공기 중에 배출된다. 이 중에는 대표적인 지구온난화 물질인 이산화탄소도 포함돼 있다. 그렇다면 흡연도 궁극적으로는 지구온난화를 촉진시키는 요인이 되는 것 아닌가. 전 세계 모든 애연가들의 바람대로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흡연 행위 자체가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키지는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워싱턴 대학의 기상연구학자 존 월레스 박사의 경우 오히려 흡연이 미미하기는 해도 지구온난화 억제 효과를 제공한다는 다소 당혹스런 이론을 펼치고 있기까지 하다. 담배 연기 속의 하얀색 미립자가 태양에너지의 일부를 반사시켜 지구에 흡수될 열기를 줄여준다는 것. 하지만 환경학자들은 담배가 지구 환경, 특히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악영향을 제대로 인식하려면 단순히 담배 연기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담배의 재배, 수확, 포장 등 모든 생산 공정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담배의 재배 과정은 환경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한다. 담배는 재배가 까다로운 작물로 토양에서 다른 작물의 6배에 달하는 칼륨을 흡수한다. 칼륨은 식물이 흡수한 수분의 이동 통로가 되는 기공을 열고 닫는데 관여하는 등 생장에 매우 중요한 물질이다. 이에 저개발 국가의 농가에서는 담배 밭의 지력이 다하면 숲을 개간해 새로운 밭을 만든다. 이렇게 담배 재배를 위해 매년 전 세계에서 무려 6억 그루의 나무가 베어진다. 또한 건조된 담배 잎을 말기 위해 시간당 무려 6.4km의 종이가 쓰인다. 종이의 원료는 바로 나무다. 즉 담배는 담배공장들에 의한 직접적인 환경오염을 차치한다고 해도 연간 2,2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나무를 희생시켜야만 얻을 수 있는 기호식품인 셈이다. 흡연은 매년 약 106억ℓ의 휘발유를 추가로 태우는 것과 동일한 피해를 지구환경에 미치게 된다는 얘기다. 흡연으로 인한 환경 폐해는 대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생산되는 담배는 연간 5조5,000억 개피로서 이의 82%에 달하는 4조5,000억 개피에 썩지 않는 필터가 쓰인다. 이 필터들은 그대로 버려지는데, 전체 고형 쓰레기 중 무려 20%를 차지한다. 이들이 완전히 분해되려면 최소 몇 개월, 최대 몇 년이 필요하다. 게다가 담배꽁초는 분해 과정에서 무려 600여종의 화학물질을 토양에 쏟아놓는다. 결과적으로 담배가 지구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간접흡연에 따른 비흡연자들의 고충 정도는 사소한 것으로 여겨질 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